◇흥분 가라앉히고 꿀잠 자려면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대부분의 경기가 한밤중 혹은 새벽녘에 열리는 러시아월드컵을 ‘본방 사수’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평소의 수면습관이 깨지기 마련이다. TV 시청이 끝난 후 곧바로 숙면을 취해도 수면시간이 부족한 마당에 경기 승패에 따라 지나치게 흥분할 경우 잠자리에 든 후에도 쉽게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며 흥분을 가라앉힌 뒤 잠을 청하기를 권한다. 한창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방안 습도는 60%, 실내온도는 20~23도로 맞춰놓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우유를 마시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취침 1~2시간 전에는 가급적 야식을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권길영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식을 먹으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감이 쌓이게 된다”며 “야식을 꼭 먹고 싶다면 열량과 당분이 낮은 음식을 섭취하고 우유나 바나나·땅콩 등의 경우 흥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또 “밤늦게까지 TV를 본 다음날에는 원기 회복을 위해 고용량 비타민C와 비타민B를 섭취하거나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밥을 먹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을 권하지만 월드컵 기간에 꼭 보고 싶은 새벽 생중계가 있다면 낮잠을 잠깐 자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다음날 일상을 위해 하루 최소 5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다.
◇심혈관계 질환자 지나친 흥분은 금물…음주·흡연도 삼가야=월드컵은 축구 팬들을 신체적·감정적으로 흥분시킨다.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이 월드컵의 매력이라지만 평소 건강에 위험신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럴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긴장과 흥분이 이어지는 스포츠 경기의 특성상 우리 몸을 각성시키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압과 맥박이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심혈관 기능이 약하거나 고혈압 등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나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평소 복용하던 약을 잊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은 물론 경기 시청 중이라도 갑자기 뒷목이 무거워지거나 가슴 통증,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느낄 경우 시청을 멈추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증상이 이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편이 좋다.
또 술이나 담배·카페인음료 등은 교감신경계에 자극을 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교감신경계의 활성화는 요통 등 우리 몸의 근육통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허리가 자주 아프거나 목 뒤가 뻐근한 사람들이라면 역시 주의해야 한다.
◇삐딱한 자세로 TV 시청 말고 관전 도중 가벼운 스트레칭도=러시아까지 날아가 ‘직관’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월드컵을 TV 시청을 통해 즐긴다. 다음날 몸 곳곳의 통증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삐딱한 자세로 장시간 시청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옆으로 누워서 팔로 목을 괴는 자세나 목에 높은 베개를 베고 누워서 TV를 보는 자세, 소파 등에 허리를 밀착하지 않는 자세는 허리 등에 무리가 간다. 가급적 소파나 의자에 허리를 밀착하고 윗몸에 힘을 뺀 편안한 자세로 시청하는 것이 좋다. 또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큰소리로 응원하는 일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좋지만 성대에 무리가 간다. 특히 지나친 응원에 ‘치맥’이 곁들여진다면 성대에 더욱 무리가 갈 수 있다. 최승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한밤중에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목을 무리하게 쓸 경우 위산 역류와 알코올에 의한 성대 부종이 가중될 수 있다”며 “목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응원 도중 틈틈이 다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실내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