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독일 아우디와 수소전기차(FCEV) 동맹을 결성한 것은 ‘궁극의 미래차’인 수소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 새로운 표준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협약은 폭스바겐그룹 산하 전 브랜드에 효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이번 협약은 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세아트·스코다 등 연간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과 수소차 주도권을 위한 동맹을 맺은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제너럴모터스(GM)와 혼다가, BMW와 도요타가 각각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아우디 동맹이 수소차 시장 패권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소차 ‘심장’ 기술 협업=현재 전기차(EV)가 각광 받고 있지만 내연기관을 완전 대체할 구동장치는 결국 수소연료전지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소차는 스스로 전력을 만들며 달리기 때문에 사회에 발전설비 증설에 따른 부담을 주지 않는다. 차에 수소를 채우는 시간은 기름 넣는 시간과 비슷해 전기차처럼 충전 시간에 대한 부담이 없다. 충전소만 많으면 내연기관차를 타듯 주행거리 걱정 없이 탈 수 있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로 모터를 돌려 달린다. 수소연료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가 나오는 것과 반대로 산소와 수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면 전기가 나오는 원리로 작동한다. 여러 개의 단위전지(막전극접합체·MEA)를 적층한 것을 스택이라고 부르는데 이번에 현대차는 이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독자 MEA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기술은 공유하지 않고 안전의 핵심인 수소 탱크와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한다. 핵심 부품과 보유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번 수소 주입에 609㎞를 달리는 ‘넥쏘’를 출시하는 등 수소차 분야에 발빠르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업계는 수소차 양산은 현대차가 빨랐지만 기술력은 도요타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 아우디와의 동맹으로 현대차가 단기간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판도 주도…저변확대도 협력=현대차그룹과 아우디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전방위로 협력한다. 매킨지는 오는 2050년까지 수소차가 승용 4억대, 트럭 1,500만~2,000만대, 버스 5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와 충전소를 각각 100만대, 1,000기 이상 누적 보급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현대차와 아우디는 이 같은 시장이 열릴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직접 개척해 시장 판도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현재 수소차 보급 확대를 노리고 있고 아우디는 수소차 양산 모델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저변 확대에 대한 양측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다.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경우 현대차-아우디 동맹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표준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아우디와의 협업이 수소차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메르텐스 아우디 기술개발 총괄은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은 기술 혁신과 저변확대를 위한 현명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