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핵심 'AI비전검사']딥러닝 적용, 눈에 안보이는 미세불량도 잡아낸다

카메라 통해 촬영한 제품 영상
알고리즘으로 해석 불량 판별
반도체 육안검사 자동화 가능
먼지 유입 줄어 수율 향상 효과

이미지 인식기술을 평가하는 ILSVRC 대회 우승자의 오차율 추이.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에서 라온피플의 AI 검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알약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라온피플

세계가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검사 자동화다.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인쇄회로기판(PCB), 섬유, 제과 공장 등에서 로봇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는 데 비해 검사는 아직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양품과 불량품에 대한 기준을 컴퓨터에 입력해 지정하는 기존 룰 기반 검사 방식으로는 예상되는 모든 불량을 프로그래밍해야 해 너무 복잡하다. 만약 룰을 만들 방법이 없거나 어렵고 높은 수준의 감성 품질 보장이 필요한 경우라면 육안으로 검사해야 한다.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조차 검사자의 숙련도와 컨디션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지고 검사인력 관리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룰 기반 검사를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품 검사, 소위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이 각광 받고 있다.

육안 검사를 대체하는 컴퓨터 비전은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알고리즘으로 해석해 불량을 가려낸다. 카메라에 찍힌 제품은 색의 3원소(빨강·파랑·녹색)로 구성된 픽셀이 배열되는 형태로 출력된다. 각 픽셀의 원소는 보통 8비트나 12비트 등으로 디지털화돼 숫자로 표현된다. 바로 이 숫자를 정교하게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값의 차가 작거나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면 해석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김상훈 한경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 교수는 “자동화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육안 검사를 해오던 곳에서 AI 비전 검사를 이용하면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현재 PCB나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여러 원인으로 점 형태의 패턴이 추가되거나 빠지는 경우 무조건 불량으로 판정하는 데서 탈피할 수 있는 셈이다. 검사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클린룸 검사의 경우 검사자가 빠지면서 먼지 공급원이 줄어 수율 향상 효과도 얻게 된다.

강아지 얼굴과 빵을 뒤섞어놓은 모습. 사람의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힘들지만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컴퓨터 비전 시스템으로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AI 기반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은 제조과정에서 각종 불량을 검사하는 데 활용된다. /사진제공=라온피플

윤기욱 라온피플 상무는 “회로와 회로 사이에 점이 추가되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으나 회로가 없는 곳에 점이 추가되거나 넓은 회로 영역에서 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컴퓨터 비전으로 이 같은 미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이나 TV 디스플레이의 무라(Mura·미세한 화면 이상)도 주로 육안 검사로 최종 판정이 이뤄졌으나 딥러닝에 기반한 AI 기법으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는 지난 1950년께 개념이 정립된 뒤 부침을 겪어왔다. 성능을 높이려면 깊은 망이 필요한데 그 방법을 터득하는 데 장애물이 많았다. 2012년 알렉스넷(AlexNet)망이 발표되며 딥러닝을 사용하지 않은 비전 알고리즘에 비해 10%가량 식별 오차를 줄였다. 이후 알렉스넷의 소스코드가 공개돼 매년 많은 연구자가 개선된 망을 발표했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015년에는 레스넷(ResNet)이라는 망이 발표되며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도 쉽게 혼동하는 복잡한 상황을 잘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AI가 발전했다”고 전했다. 실제 사람의 오차율이 보통 5%가량인데 레스넷은 3.57%에 불과하다.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는 “컴퓨터 비전이 육안 검사 문제를 해결하며 비용도 절감하고 검사 정확도도 크게 높이고 있다”며 “AI 비전 검사가 확산되면 진정한 스마트팩토리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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