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포탄에 맞은 기차를 가까스로 고쳐 피난민 수천 명을 구출한 고(故) 여운홍 씨 가문이 올해의 최고 병역명문가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병무청은 20일 오전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여운홍 씨 등 21 가문에게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여했다. 여운홍씨 가문은 1대 고(故) 여운홍 씨, 2대 여형구(63·전주시) 씨를 포함한 7명, 3대 8명 등 집안 16명 현역으로 병역을 마쳤다. 이들의 복무 기간을 합치면 429개월이다.

여운홍 씨는 전남 보성역에서 역무원 근무 중 전쟁이 나자 포탄에 맞아 고장 난 기차를 수리해 수천 명의 피난을 도왔다. 여씨는 당시 군인은 아니지만, 피난민을 구출한 공로로 현역 복무가 인정됐다. 2대 여형구 씨는 한쪽 다리가 짧은 신체적 조건에도 육군 현역으로 지원, 만기 제대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상진(59·울주군) 씨 가문은 1대 고(故) 김을규 씨, 2대 김상진 씨를 포함한 6명, 3대 8명 등 15명 모두 현역 복무했다. 모두 383개월 복무했다. 김을규 씨는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참전, 가장 치열했던 낙동강·다부동·팔공산 전투에 참가해 총상을 입고 명예제대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도 “국가를 위해 충성하라”는 유언을 자손들에게 남겼다. 김을규 씨는 참전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이번 병역명문가 선정을 계기로 60여년 만에 등록 신청됐다.

부친의 소중한 가르침에 따라 2대 김상진 씨는 당시 지역 특성상 신체검사 결과 현역 대상이라도 해안 초소에서 근무하는 방위병으로 복무할 수 있었으나 현역으로 지원해 병역을 마쳤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정석훈(69) 씨 가문은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 조국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1대 정동식 옹의 가르침에 따라 총 14명이 382개월을 복무했다. 3대 정혁진 씨는 군 복무 중 부친에게 간을 떼어줘 의병제대가 가능했지만, 만기 전역했다.

해군특수부대 해난구조대에서 근무하며 부산국제요트경기대회 안전 요원으로 태풍 위험에서 선수를 구조한 3대 김선영 씨 가문 역시 12명이 543개월 동안 복무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올해 병역명문가 시상식에서는 군 복무와 관련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 가문’도 선정됐다.

광복군으로 활약한 고(故) 이갑상 씨 가문, 조부가 6·25전쟁 당시 두 번의 총상에도 군 복무를 했고, 부친은 북파공작원 복무한 박홍석 씨 가문 등이 선정됐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대를 이어 나라사랑을 실천한 병역명문가 모든 분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라며 “병무청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