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남산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9차 2018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한 김진수 한양대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서울경제신문이 20일 개최한 제9차 에너지전략포럼에서는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에 대해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주제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금이 되레 “더욱 선명한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가 에너지자원 분야 수입에 쓴 돈이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나 인지하듯 에너지 전환의 시대지만 재생에너지만 옵션으로 손에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해외 자원개발도 분명히 우리가 가져야 할 옵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웃 나라인 일본의 인펙스(일본석유개발주식회사·INPEX)를 좋은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 인펙스의 생산량 대비 신규 확보 매장량 비율은 저유가 쇼크가 있었던 지난 2016년에는 321%, 2017년 241%였을 정도로 꾸준히 자원개발을 해왔다”며 “표면상 민간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일본 경제산업성인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정부의 의지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무엇보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는 “(자원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남산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9차 2018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한 김윤경 이대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자원개발 이슈를 정치와 결부시키는 게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은 생산 및 소비와 직결된 경제활동의 이슈이지 정치 이슈가 아니다”라며 “에너지의 포트폴리오를 여러 통로로 해서 튼튼하게 가져가자는 것인데 자원개발만 전면에서 매를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공기업이 이윤도 극대화하고 공공성도 지키면 좋겠지만 그게 부딪히면 공공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부실자산 매각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이 소모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공기업을 빨리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잘못된 것을 조사하고 매듭 짓는 것도 중요한데 그게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결국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며 “소를 잃었으면 소를 왜 잃었는지 이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외양간을 빨리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남산 반얀트리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제9차 2018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한 조성준 한국지질연구원 센터장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리튬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인 광물자원 확보에 뒤처지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장은 “중국 기업들은 리튬 광산을 확보하고 배터리와 전기차까지 수직계열화로 완성시키는 등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암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돌격 앞으로 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들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며 “정치화가 빨리 없어져야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부담을 갖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재 진행되는 진상규명이 꼭 필요한 작업지만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실장은 “해외 자원개발은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신중히 해왔어야 하는데 그것이 성과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이렇게 됐다”며 “진상규명은 꼭 필요한 시간이지만 가급적 빨리 가겠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