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주체적삶연구소 소장
최저임금 제도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보호하려는 대상은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임시 혹은 단순직 근로자가 돼야 한다.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영세 제조업, 음식·숙박업 등의 영세 사업자가 대다수다. 그러니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임시·단순직 근로자-영세 사업자’인 셈이다. 노사 양측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지난달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기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입장에서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하는 꼼수’라고 반발하며 최저임금의 보전을 위해 지난해 수준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최저임금 산입기준이 바뀌면서 올해도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확실시된다. 기업은 최저임금 산입기준의 개정으로 한숨을 돌리면서도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할 것이고 노동계에서는 개정안의 효과를 넘어서는 큰 폭의 인상안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다시 최저임금의 이해관계 당사자로 돌아오자.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이나 자영업체 대다수는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할 상여금과 기타 수당 자체가 없는 곳들이다. 이런 사업자라면 오로지 인상될 최저 시급에 따라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한두 명의 직원이 일하는 영세 자영업이라면 더 이상 줄일 인력도 없고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도 없는 한계고용의 상태에서 폐업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당연히 지금 당장 문제가 가시화되는 시간제·일용직 근로자의 고용 감소는 폐업에 따른 실업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자영업자가 제외된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 90%’를 강조하는 정부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의 주장 그 어느 곳에도 최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최저임금’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려 할 뿐,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의 생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도대체 최저임금 1만원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