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한국경제 담당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 OECD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비교에 쓰이는 일반정부 부채(D2) 기준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37%에 달한다.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는 132%다. 이를 고려하면 오는 2060년 우리나라의 순채무가 GDP의 200%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순채무 기준은 D2보다 부채율이 낮게 나온다. 순채무로 보면 196%지만 국제비교에 쓰이는 D2로 바꾸면 200%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뜻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 200%는 정부 채무의 마지노선을 넘는 수준이다.
OECD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만으로는 채무 증가세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봤다. OECD는 “한국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및 건강·장기요양보험 지출 증가 압박에 대척하기 위해 다른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공적연금도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뛰어넘는 개혁이 필요한데 개혁이 실패한다면 채무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OECD는 국민연금의 급여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2030년에는 2.1%에서 △2031~2040년 3.3% △2041~2050년 4.9% △2051~2060년 6.1% 등으로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건강 및 장기요양보험도 같은 기간 5.3%에서 8.0%로 뛰어오른다. OECD는 연금의 경우 성장률이 둔화하기 전에 자산을 축적하는 적립방식은 적절하지만 적립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의 잠재적 비용도 국가채무를 짓누를 요소라고 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두고 “정부 수입은 적게 잡고 지출은 과대평가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OECD는 “사회지출의 급속한 증가가 예상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고용 및 사회지출 확대에는 장기비용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과 복지확대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제 쪽에서는 법인세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는 소속 국가 평균 법인세율이 2000년 32.5%에서 올해 23.9%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법인세율 25%는 OECD 평균에 가까우며 홍콩(16.5%)과 싱가포르(17.0%) 등에 비해 높다고 분석했다. 랜들 존스 OECD 담당관은 “법인세 인상 효과는 상위 77개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는데다 해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환경세 등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가세의 역진성은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보호중심의 정책을 없애야 한다는 권고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상위 50%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OECD는 “일자리 보호중심 정책은 많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소득보장 달성에 실패했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유인을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존스 담당관은 “일자리 보호가 아닌 개인 보호가 돼야 하며 이는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OECD는 또 최저임금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는 취약한 기업에 특히 해로울 수 있고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존스 담당관은 “고용률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건설·제조업·요식업·도소매 분야에서 둔화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건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로 빠르게 둔화하고 산업 구조조정으로 제조업은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둔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소매업 분야의 둔화가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OECD는 우리나라가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OECD 회원국 중 네번째로 많은 상품시장 규제를 풀고 기업가 정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측면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가리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3대 리스크로 △반도체 쏠림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계부채를 꼽았다. /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