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표팀 페프.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 사상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오심 근절을 위해 기계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인데 정작 인간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VAR는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퍼리(video assistant referees)’의 약자다. 취지대로라면 비디오판독 시스템도 심판(레퍼리)인 셈이다. 그런데 이 비디오 심판은 아무 때나 권한을 발휘할 수 없다. ‘인간 심판’의 허락이 있어야만 한다.
2018러시아월드컵에는 매 경기 VAR 심판 4명이 별도로 대기한다. 경기장에 설치된 37대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다각도의 영상을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은 주심의 결정이나 VAR 심판의 권고로만 이뤄진다. 한국-스웨덴전에서 김민우(상주)의 페널티킥은 주심이 요청한 것이었다. 득점 상황, 페널티킥,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판독을 실시할 수 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VAR를 통해 선언된 페널티킥은 4개다. 석연찮은 판정이 VAR로 바로잡힌 경우도 꽤 있지만 논란도 크다. 20일 밤 포르투갈-모로코전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국제축구연맹(FIFA)이 VAR 활용에 “완전히 만족한다.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모든 상황에 대해 우리가 답변할 계제는 아니다”라고 성명을 내놓은 직후에 치러진 경기다.
문제의 장면은 후반 34분 0대1로 뒤진 모로코의 코너킥 때 나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프의 손에 공이 닿았다. 맞고 방향이 바뀔 정도여서 핸드볼 파울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주심은 페널티킥 선언은커녕 VAR 요청도 하지 않았다. 모로코는 결국 0대1로 져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다. 모로코의 누룻딘 암라바트는 “VAR가 있다고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전 프리미어리그 심판인 마크 할시는 VAR 적용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없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21일 스페인-이란전(1대0 스페인 승)에서는 이란의 동점 골이 VAR로 무효가 됐다. 미묘하게 수비보다 앞선 이란 선수의 위치가 판독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스페인이 골을 넣은 상황이었다면 VAR를 작동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FIFA 내 입김이 약하거나 전력상 약팀에 VAR를 통한 불리한 판정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