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취업특혜 의혹’ 등에 대해 공개수사에 나선 가운데 김상조(오른쪽) 공정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 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갑작스러운 압수수색 왜? =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공정위를 들이닥친 표면적인 이유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 전·현직 간부 10명가량이 취업이 금지된 유관기관으로 불법 취업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이들 중에는 중기중앙회 상임 감사로 있었다가 복귀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과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있었던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자의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다른 한 가지는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기업집단국이 주식소유 현황을 신고하지 않은 신세계·롯데·네이버 등 기업 수십 곳을 제재하지 않고 사건을 임의로 마무리 지었다는 혐의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공정위만 보유한 전속고발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공정위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②전속고발권 폐지 놓고 기 싸움?=사건을 지휘하는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공교롭게도 지난 19일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주장했다. 구 검사는 “공정위가 조사하는 사건이 캐비닛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모른다. 밖에서는 어떤 사건이 공소시효가 도래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공정위 관계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공정위와 검찰은 수년째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검찰이 대외적으로 공정위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그 다음 날 이뤄진 검찰의 공정위 전격 압수수색 역시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를 놓고 검찰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원에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③공정위, 실제로 기업 유착 있었나?=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는 한 기업과의 유착 의혹은 또 튀어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사건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이다. 공정위는 신세계와 신세계의 동일인 이명희의 주식 차명신고에 대해 경고 조치만 내렸고 롯데그룹 소속 롯데푸드, 롯데물산 등 11개 계열사, 농협은행(농협지주) 등도 주식 허위 신고에 대해 경고처분만 내렸다. 반면 2016년 11월 현대그룹 총수 현정은 회장은 같은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법 68조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혐의를 두고도 처분이 오락가락한 셈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위반행위’는 벌금형 부과만 가능하다”며 “자료 제출 위반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68조 위반 162건 중 7건만 검찰 고발했고 나머지 신세계·롯데 등이 포함된 155건은 행정처분인 ‘경고’조치에 그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④공정위의 ‘합의된 침묵’ 왜? = 공정위는 21일 ‘할 말은 많지만 일단 삼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날 당황해 했던 것과는 다르다. 김상조 위원장도 한 라디오에서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수용하고 검찰 수사와 별개로 공정위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한 점 등은 스스로 점검해 반성하겠다”고만 했다.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압수수색을 받은 기업집단국의 신봉삼 국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여러 부서를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대응은 하지 않는 것으로 공정위 전체 방침이 정해졌다”며 “해명자료도 만들었지만 배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을 아꼈다. 때문에 공정위의 소극적인 대응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종=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