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나스닥 생명공학 부문에서 가장 뜨거웠던 단어는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다. NASH 관련 신약 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잇따라 급등하며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주가는 이달 초 자사가 개발 중인 NASH 치료 신약에 대한 임상 2상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주당 110달러에서 250달러로 130% 급등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바이오제약사 갈메드도 지난 12일 후기 NASH 신약으로 개발 중인 ‘아람콜’이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후 주당 7달러에서 25달러로 250%나 치솟았다. 아람콜의 국내 판매권을 보유한 코스피 상장기업 삼일제약(000520) 역시 상한가를 치는 등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대체 NASH가 어떤 질환이길래 이처럼 큰 주목을 받는 것일까.
◇치료약 없는 ‘30조 블루오션’=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란 알코올 섭취와는 상관없이 간세포 사이 중성지방이 축적돼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간 증상과 동반해 간세포가 괴사하는 염증성 징후까지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만·당뇨 등 대사성 질환과 연관 있으며 고열량 식사 및 운동 부족 등과도 관계 깊은 일종의 ‘선진국병’이다.
NASH가 악화하면 간 경화로 진행될 수 있고 심각해지면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의 12%, 약 3,0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NASH를 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역시 2010년 6,785명이던 환자 수가 현재 연간 3만~4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처럼 환자 수가 많고 생명 위협의 가능성도 큰 질병인데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NASH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환자들로서는 식습관 개선·체중 조절 등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만이 최선인 상황에서 신약의 등장은 ‘블록버스터’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 등의 심각성이 워낙 두드러져 NASH는 상대적으로 연구자와 기업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하지만 NASH가 환자 수가 늘고 신약은 없는 ‘블루오션’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며 신약개발 등에 나서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3상 약물 4개뿐…국내 제약사도 가세=글로벌 임상시험 모니터링 서비스인 바이오메드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NASH로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신약은 5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상용화에 가까운 임상 3상 단계의 약물은 다국적 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엘러간, 미국의 인터셉트테라퓨틱스, 프랑스 장피트에서 개발하는 4개에 불과하다.
이중 인터셉트파마슈티컬은 2016년 원발성 지방성 담관염 등의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오칼리바’의 치료 적응증을 NASH까지 확대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며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발디’ 등 간염 치료제로 간 질환 분야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주름 개선 치료제 ‘보톡스’로 유명한 엘러간은 NASH와 관련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여러 개 확보함으로써 보다 약효가 높은 병용요법 또는 복합제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미약품(128940)이 지난 4월 ‘HM15211’의 미국 임상 1상 시험계획을 미FDA에 승인받으며 NASH 신약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 동아에스티(170900)는 글로벌 당뇨신약으로 개발 중인 DA-1241과 자사 당뇨 신약 ‘슈가논’의 성분인 ‘에보글립틴’을 NASH 복합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삼일제약이 갈메드로부터 도입한 아람콜의 국내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NASH 첫 치료제가 빨라도 2020년께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NASH 시장은 2016년 6억1,800만달러(약 6,800억원)에 그쳤지만 앞으로 10년 간 연평균 45%씩 성장해 2026년 253억달러(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