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우리은행(000030)이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은행주의 기업이익이 개선되는 환경에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경영 전략도 주가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은행은 전 거래일 대비 4.68%(800원) 하락한 1만 6,3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전일 우리은행은 1만7,400원까지 오르면서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상승세는 지주사 전환 확정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덕분이다. 지난 19일 우리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공식 결의했다. 관련 주주총회는 오는 12월28일로 예정됐으며 지주사 전환에 따른 신주(우리금융지주 주식)는 내년 2월13일 상장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택한 방식이 주주 권익에 부합해 주가 재평가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카드와 종금은 은행 밑에 계속 두고 은행을 포함한 기타 6개 법인을 지주사 자회사로 두는 구조로 지배구조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식 이전을 통해 주주들에게 1주당 우리금융지주 1주를 교부하고 은행 자회사들을 그룹 자회사로 변경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총 발행 주식 수 증가율을 0.6%로 낮춰 주가에 미치는 희석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드와 종금을 한꺼번에 주식 이전했다면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유지되더라도 지주사의 주식 수가 15%가량 증가하면서 주당순이익(EPS) 희석 이슈가 발생해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에 순이자마진(NIM) 호조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리은행 주가에 호재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4분기 당기순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5,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오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은행이 지난 1·4분기 NIM이 전년 연간 대비 3bp 상승하면서 5,89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는데 2·4분기 및 하반기에도 명퇴를 제외한 특별한 비용요인이 크지 않아 호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 예상되는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M&A 전략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투자증권 등 금융 자회사를 매각했다”며 “지주사 전환 성공시 자회사 출자 여력 확대에 따른 M&A 및 이익다각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재 7,000억원(기존 출자금 제외)에 불과한 출자 여력이 7조원으로 10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20%로 출자제한을 받지만 금융지주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지주회사 전환 이슈를 맞은 우리은행을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하며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목표주가를 2만2,000원으로 올렸고 메리츠종금증권도 우리은행이 은행업종 중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