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자격증' 땄어요? 환경엔지니어 '자격' 있네!

토양·수질·대기 등 환경기사로
4년제 대졸수준 전문성 입증필수
난이도 낮은 산업기사만으론 역부족
국내시장 포화로 해외 진출 활발
소통 원활한 영어실력 뒷받침돼야

한 엔지니어링 업체의 상하수도 전문 엔지니어들이 서해선 복선전철 철도현장에서 직접 교각 설치 상태와 하부 수질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관련업계

한 엔지니어링 업체의 환경부서에서 일하는 김모(32) 씨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낸다. 어제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장 부지로 출장을 나갔다. 공장을 지을 경우 토양이나 근처 하천이 크게 오염될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작업을 환경영향평가라고 부른다. 환경영향평가란 건설이나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검토하고 평가하는 작업으로, 환경 관련 엔지니어들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환경공학을 전공한 김씨의 대학 지인 중엔 전공을 살려서 취업한 사람들이 많다. 기술고시에 합격해 환경부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도 있고, 대기업 건설사에 입사해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동기도 있다.

비록 건설업계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김씨는 순수 엔지니어링업계에서 자신의 진로를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설계, 감리, 환경영향평가 등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나중에 기술사 자격도 취득해 전문 엔지니어로 거듭나는 게 김씨의 꿈이다.

◇기사 자격증은 기본 중 기본=김씨처럼 엔지니어링 업계에 취업하려면 1년에 한 번씩 각 업체에서 이뤄지는 공채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 업체들이 한 번의 공채로 뽑는 인원은 25~50명 수준이다. 이 중 환경 인력으로 채용하는 직원은 3명 정도다. 순수 엔지니어링 업체 중에선 도화엔지니어링, 유신코퍼레이션, 한국종합기술, 건화엔지니어링 등이 유명하다.


일단 기사 자격증은 필수다. 토양환경기사, 수질환경기사, 대기환경기사, 폐기물처리기사 등이 환경관련 자격증에 속한다. 인사담당자들은 기사 자격증이 지원자가 기본적인 공부는 했는지 확인하는 핵심 증거자료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기사보다 하위 자격인 산업기사만 보유하고 있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산업기사는 전문대졸이나 4년제 대학 2학년 수준에서도 응시가 가능하나, 기사는 대학교 4학년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난이도 차이가 뚜렷하다. 한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의 인사담당자는 “이때까지 환경 분야에서 기사 자격증 없이 입사한 사례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산업기사만 보유하고 있으면 ‘관심이 소홀해서 기사 자격증을 따지 않았다’는 인상을 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의 고위관계자는 “요즘은 기사 자격증을 두세 개 이상은 보유한 인재들도 신입으로 들어온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보유하고 있는 기사 자격 종류에 따라 업무 영역이 한정되는 건 아니다. 신입이라고 해도 대기, 환경영향평가, 수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가령 대기환경기사를 취득했다고 해서 무조건 대기관리공정만 담당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환경 분야 내에서 업무간 연관성은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부서별 이동도 유동적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맨 처음엔 상하수도 관련 직렬로 지원했는데 첫 배치는 환경영향평가 쪽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활발...면접때 외국어 질문=최근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의 화두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데 비해 해외 건설·인프라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이기 때문이다. 2017년 해외 건설시장 규모는 9조7,000억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5.7% 수준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면접 때 반드시 외국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 상위권 엔지니어링 업체의 관계자는 “원어민 인터뷰를 진행해 지원자가 해외에 혼자 출장 갔을 때도 업무를 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원어민 인터뷰가 면접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특히 동남아 시장에선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영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입사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근로시간 단축 걱정 없어”=엔지니어링업계에선 대형 기업들도 모두 중견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정책과 급여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상위권 업체의 초봉은 성과급을 제외하면 3,500만원 수준이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업계 평균으로 보면 우리 회사의 초봉이 약한 편이지만 인상률은 높은 편”이라며 “프로야구 시즌권과 콘도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복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대형 업체 관계자는 “화요일하고 목요일엔 무조건 가족과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과거부터 워라벨을 실현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다른 기업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전전긍긍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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