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기군법무관으로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들이 환영식에서 하트 표시를 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국방부
올해 서울 지역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선영(가명)씨는 장기군법무관에 지원해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인 이씨를 포함한 장기군법무관 합격자들은 군사훈련 6주와 법무관 직무교육 4주를 마친 뒤 오는 8월1일 대위로 임용된다. 이씨는 “직업군인 신분이 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앞서 임관해 근무하고 있는 여자 선배들의 조언과 격려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로스쿨 졸업자 대상 장기군법무관 임용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2년째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장기군법무관 합격자 22명 가운데 여성은 12명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지난해 임관한 22명 중 여성 합격자는 15명으로 비율로만 보면 68.1%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5년 30.4%에 불과했던 여성 군법무관 임관 비율은 2016년 43.3%로 높아졌고 지난해 68.1%까지 증가했다.
여성 군법무관 증가 배경으로는 로펌·변호사 업계의 경쟁 심화와 취업난이 꼽힌다. 변호사 처우가 예전보다 좋지 않은 데다 업무도 많아 공직인 군법무관에 지원하는 여성 변시 합격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기군법무관은 대위 연봉에 법무관 수당(기본연봉 40%)과 직책수당·성과급 등을 추가로 받아 처우로 보면 중소형 로펌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이 잘 지켜지고 육아를 위한 탄력적 근무시간제 활용도 자유롭다.
장기군법무관 임용 시험에서 여성 지원자 합격률이 남성 지원자보다 높은 점도 여성 군법무관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병역 복무인 단기군법무관과 달리 직업군인인 장기군법무관 임용절차는 서류전형과 신체·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시험 단계로 진행된다. 학부·로스쿨 학점과 필기전형 비중이 높은 임용시험에서 여성들이 다소 우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별 점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최근 남녀 최초 지원자 수가 5대5로 비슷한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여성 지원자의 최종 합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군법무관 증가는 판검사, 재판연구원 임용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3년째 복무 중인 한 여성 군법무관은 “지금까지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으로 판검사를 임용했기 때문에 군법무관 출신이 많지는 않았다”며 “사시 폐지 이후 경력직 법관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함에 따라 군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 법무관이 경력 판사나 검사·재판연구원으로 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