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대북사업 팔 걷었다

박정호 사장 "내실 있게 준비하라" 지시
TF 꾸려 사업 검토 중


SK텔레콤(017670)이 대북사업 진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T(030200)는 대북 관련 사업을 준비할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양한 사업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정호(사진) SKT 사장은 최근 SKT가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사업들을 내실 있게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박 사장이 KT가 주도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통신분야에서의 대북 사업에 SKT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이 대북사업 추진을 주문한 것은 포화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 사업 이외에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플랫폼·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 투자와 물리보안업체인 ADT캡스 인수 등에 이어 대북사업 역시 미래 먹거리 발굴의 하나로 해석된다.

아울러 통신 관련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KT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남북 통신협력을 주도했던 곳은 KT였다. KT는 지난 1971년 남북 직통전화를 최초로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2007년·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신 지원을 맡았다. 최근엔 구현모 경영기획부문 사장을 단장으로 한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개설해 통신망과 인프라 구축, 클라우드 등 전방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KT의 위성서비스 자회사인 KT SAT에선 남북한을 연결하는 위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통신 시장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남북 교류가 구체화될수록 ICT(정보통신기술) 업체간 대북사업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T에 이어 SKT도 본격적으로 남북 협력을 검토하면서 5G에 이어 대북사업에서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개성공단의 유선망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무선통신망까지 뚫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일 청와대와 통일부, KT, 현대아산 관계자들로 구성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개성공단에서 현지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통신사들이 북한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밖에 IoT·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남북협력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