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율·펀드도 게임으로 배우니 쉽네요"

■본지 '경제·금융교실' 성황
상반기 30개 학교서 717명 참여
학생들 놀이·실생활 경험 바탕
가상 기업 만들고 금융투자 배워
'나는 CEO' '오! 머니랜드' 등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해 호응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서울경제와 함께하는 경제·금융교실’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교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성남=권욱기자

“여러분은 상해보험을 들고 보험료를 매달 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낸 보험료는 400만원인데 얼마 전 사고로 700만원의 치료비가 드는 피해를 입었어요. 자, 이때 나는 보험회사로부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16일 경기 성남시 성남청소년수련관 내 한 강의실. 이곳에 모인 중고등학생 등 20여명의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강사의 질문에 재빨리 속으로 셈을 했다. 몇몇 학생은 “낸 만큼만 돌려받는 것 아니겠느냐”며 400만원이라고 답했고 다른 학생은 “다 받진 못해도 낸 것보다는 많이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500만원을 타협안으로 내세웠다.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은 ‘정답’이 피해액 전액인 70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국의 학생들이 놀이와 실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유용한 경제·금융 상식을 배우는 ‘서울경제와 함께하는 Fun뻔 경제·금융교실’이 16일 5개월에 걸친 올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역·소득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마련된 이번 수업은 서울·인천·경기 등 전국 30개 교육 기관에서 총 7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조별 게임을 바탕으로 가상의 기업을 세우고 금융투자를 하면서 경제의 개념과 원리, 배움의 필요성을 익혔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수업에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보험·환율·펀드·금융시장 등 다소 어려운 개념을 설명했다. 환율을 설명할 때에는 외국으로 가족여행을 간 상황을 상정하고 국가별로 돈을 바꾸는 원리를 가르쳤다. 금융시장을 설명할 때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시험기간을 앞둔 주말임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강사의 질문에 웃고 답하며 수업에 집중했다.



성남여중 2학년생인 박선애(15)양은 “수업 덕분에 보험과 저축·투자의 개념을 자세히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듣는 경제수업은 집중이 잘 안 되는데 게임과 같이 수업을 들으니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임인혁 강사는 “경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수업을 기획했다”며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접목해 수업을 하면 엄마·아빠의 경제활동이 이해가 되면서 경제를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경제·금융교실은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학습 동기를 이끌어내 계층이동의 작은 사다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수업은 초중학교와 지역아동센터·돌봄교실에서 열렸다. 인천 계양구 임학지역아동센터의 이명숙 센터장은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육혜택이 적게 주어질 수 있는데 아이들이 그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어려서부터 경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생각도 다르고 돈 쓰는 것도 다르며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고 말했다.

연령별 학습 수준에 맞춰 커리큘럼을 개발한 덕분에 교육의 참여도와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는 CEO다!’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사업 아이템과 홍보물을 만들어 어른들에게 물건을 판매했다.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화폐로 만나는 경제사’에서는 물물교환 카드게임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오! 머니랜드에 가다’에서는 액션 금융게임을 통해 경제 개념을 익혔다.

초등학교 6학년 이영광군의 학부모 김소미(49)씨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과서의 경제 개념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니 아이들도 실질적으로 경제 개념을 익히는 것 같고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영상으로 보는 ‘서울경제 경제·금융교실’

/성남=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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