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보수정당들이 재집권을 위해 선거전쟁에서 작전사령부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의 독립성을 중요시했던 것과 달리 한국 보수정당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실제 1995년 한국 최초의 보수 싱크탱크로 출범한 여의도연구원은 한국당의 단순 거수기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당이 총선과 대선·지방선거까지 3연패 한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여의도연구원은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이들에게 정책자문위원회 ‘명함용’ 직함을 남발해 지역 정치인 ‘줄 세우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시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 김대식 원장이 ‘친홍(친홍준표) 줄 세우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역시 통합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정책연구원과 국민정책연구원이 외풍을 맞았다.
반면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몰락한 미국 공화당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싱크탱크의 연구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반규제 감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보고서(Mandate for Leadership)를 통해 레이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보수 부활의 이면에는 공화당이 아닌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헤리티지재단의 중립성이 있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의도연구원은 당에 소속돼 있고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은 공화당이 아닌 보수를 지향하는 싱크탱크로 직접 비교는 옳지 않다”면서도 “헤리티지재단이 중립성을 유지한 채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보수뿐 아니라 진보까지 신뢰하는 기관으로 거듭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의도연구원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