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정성호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전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언급한 대로 ‘국회의 시간’이 왔지만 입법 과정에서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사개특위의 활동기한이 이달 말 종료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려면 활동기한을 연장해야 하지만 재가동의 가능성은 낮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정해진 것은 없지만 사개특위 연장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법사위에서 받아서 해야겠지 않겠느냐. 법사위가 율사 중심이다 보니 사개특위에서 하는 게 더 적절한 방향 같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개특위를 구성했으나 의견 차로 6개월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사개특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사위로 옮겨가도 상황은 좋지 않다. 여야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야권을 향해 빠른 시일 안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자고 촉구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사개특위에서 (검경 수사권과 관련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후반기 국회도 열리고 있지 않다”면서 “사법개혁,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국회가 주도권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가 손을 놓은 채 청와대와 수사기관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직을 자유한국당이 가져간다면 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한국당 측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무런 사전설명도 없이 정부가 발표했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산 넘고 물 건너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