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지방선거 이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깜짝 놀랄 만큼 재정지출을 확대하라”는 여당의 요구가 나오면서 하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을 최소 460조원 이상의 ‘초슈퍼 예산’으로 짜는 것과 별도로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곳간에도 여유가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초과 세수는 14조원에 달한다. 최근 끝난 5세대(5G) 주파수 경매 최종 낙찰가만 3조6,18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올해에만 9,047억원이 정부에 들어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1일 “세수는 좋은데 고용동향과 저소득층 소득상황이 나쁘다”며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요구가 많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다음달 초 ‘저소득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개선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노인·저소득층을 겨냥한 것인데 재정지원이 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소득하위 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득감소에 대한 대책을 더 강화해주시기를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공공일자리 사업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기초연금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확대와 저소득층을 위한 세제지원책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1차적으로는 내년에 관련 사업 예산을 대폭 늘리겠지만 이른 시일 안에 저소득층이 효과를 보려면 하반기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공개된 가구소득 통계를 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 1·4분기 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나 감소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도 7만2,000명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 효과를 입증해야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소득주도 성장을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성장과 저출산 대책을 위한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예산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겉으로는 예산과 세제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양극화 해소와 혁신성장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예산만 해도 각 부처 요구액인 458조1,000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최소 460조원대로 편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에 추경까지 얹게 되면 퍼주기 식 사업이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와 복지지출로 2060년에는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96%까지 치솟는다고 경고했다.
1년에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부담이다. 1990년 이후 한 해 추경이 두 번 이뤄진 것은 1991년과 1998년, 2001년, 2003년 등 다섯 번뿐이다. 추경 요건도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등으로 강화돼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아직 없지만 세수가 좋아 추경 얘기가 나온다”며 “퍼주기 식 재정낭비 사례가 나타날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