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대출 가산금리체계 점검 결과’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 조작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인지,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놓고 금감원은 “검사를 마쳐봐야 알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긴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창구 직원의 실수이지 기관(은행) 차원에서 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벌써부터 신경전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고 있다. 22일 최 위원장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 금리 조작 논란과 관련해 “금감원에서 우선 판단할 일이지만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일은 아니고 대출 창구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이 판단할 문제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금감원 점검 결과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금감원은 전날 “잠정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적발 사례를 보고 우리도 놀랐다”며 “(은행의 조직적 개입 여부는) 검사 작업을 마쳐봐야 한다”며 여지를 뒀던 것과 비교하면 인식의 간극이 드러난다. 최 위원장은 창구 직원의 단순 실수이기 때문에 “기관(은행)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고도 했다. 적발 은행을 비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규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최 위원장은 “대출 창구에서 (실수)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최 위원장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시어머니’ 역할을 변함없이 하겠다는 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금융위 내부에서는 은행 지점의 과실일 가능성이 큰데 금감원이 사건을 편향된 방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공격적인 발언들이 곧바로 나왔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단순 과실이라면 금감원이 사건을 중립적으로 다루지 않고 과대포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더구나 금감원은 이런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는 감독 의무를 지고 있는데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으로 사후 지적만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날 9개 시중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 해당 은행들은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일부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해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고객 소득을 적게 입력하거나 제공한 담보를 없다고 전산에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했다가 적발됐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