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중단되면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주주들의 표심을 이끌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손익계산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의 예상과 달리 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 주식 10억달러(1조7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은 정확히 언제 각사의 지분을 매입했는지, 또 얼마만큼 지분을 보유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취소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현대차 주가는 5.7%, 기아차는 3.2%, 모비스는 6.2% 하락했다. 해당 기간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 10억달러어치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면 대략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모비스 보유 비중이 50% 수준이라면 최대 640억원의 손실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올해 초부터 3사의 지분을 보유, 약 3개월 뒤인 4월3일 지분 보유 여부를 알렸다. 이를 역산해 연초(1월3일)를 기준으로 6월12일까지 현대차 주가는 6.6%, 모비스는 11% 하락했다. 기아차는 0.7% 상승했다. 해당 기간 엘리엇이 해당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면 최소 580억원에서 모비스 지분율에 따라 1,010억원(모비스 지분율 50% 기준)의 손실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주총 당시 주식 매입 후 주식 선물 등을 이용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던 점을 고려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았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중단과 동시에 보유 지분을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경험이 있는 엘리엇에 현대차의 지배구조개편 중단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을 것”이라며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애가 타는 것은 엑시트를 못한 엘리엇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는 외국계 IB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NH투자증권 외에 골드만삭스가 뒤늦게 자문단에 합류했지만 주주들과 소통이 원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향후 외국계 IB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