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정치는 허업" "우리가 핫바지유?" 묵직했던 생전 어록

사진=연합뉴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른바 ‘3김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던 김 전 총리의 생전 어록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을 만들면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을 남겼다.

1990년 10월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할 당시에는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1993년 5.16 민족상 시상식에서는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루어진다. 5·16은 역사 발전의 토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를 일으킨 사람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그 계승자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은 그 전환에 해당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5년 김윤환 정무장관은 한 기자로부터 “충청당이 생기면 보수적 정서로 볼 때 대구.경북(TK)과도 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TK가 핫바지”냐고 대답했다. 이후 이 말을 대전의 한 지역지가 ‘김 장관 충청도 핫바지 발언 물의’라는 식으로 오보했고, 김 전 총리는 전당대회에서 “우리(충청도민)가 핫바지유?”라고 말해 충청도민의 민심을 자극했다. 결국 이 발언은 그해 지방선거와 이듬해 총선에서 자민련이 몰표를 받는 동력이 됐다.

또 2004년 정계은퇴를 선언할 당시에는 “노병은 죽지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권을 잡았을 당시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면서 호랑이가 배고파서 고깃덩어리 던져주면 넙적 막 집어먹고, 여름에 더워서 목욕시켜주면 하품을 하면서 무표정이고, 그러다가 발로 차면 그냥 덤벼서 뜯고,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 잘 알 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총리는 생전 정치 후배들에게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는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2015년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사진집 출판기념회에서도 “정치의 열매를 국민들께 충분히 돌려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역사 앞에 떳떳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진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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