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는 허업'이라는 JP의 메시지 되새겨야

한국 정치의 거목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했다. 1970년대 이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40년 넘게 한국 정치를 이끌어온 역사의 산증인이 사라진 것이다. ‘영원한 2인자’ ‘풍운의 정치인’으로 불리는 김 전 총리까지 유명을 달리하면서 한때 한국 정치를 주름잡던 ‘3김(金) 시대’도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5·16쿠데타로 한국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고인은 국회의원 9선, 두 번의 국무총리를 거친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소위 ‘DJP 연합’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하지만 쿠데타의 주역이라는 오명과 함께 3공화국 시절 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인권을 탄압하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심화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김 전 총리가 남긴 순리와 타협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고인은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지론으로 삼았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는 경제와 달리 정치는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익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를 치부와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오늘날 일부 정치인을 향한 일갈이다. 평생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이라 할지라도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온 정치행보 역시 정치후배들이 꼭 배워야 할 덕목이다.

김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 정치의 한 시대가 저물게 됐지만 우리나라 정치무대의 잘못된 모습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립과 분열, 지역주의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국 정치의 병폐로 남아 있다. 이제 과거의 굴레를 벗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정치를 준비해야 한다. 권력과 힘을 과시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념과 지역은 달라도 대화하고 타협해 더 나은 길을 찾는 통합과 덧셈의 정치가 나와야 한다. ‘정치는 허업’이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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