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28일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형사처분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7년 만에 다시 판단한다. 최근 남북관계 및 안보상황 급변과 무관하지 않은 일정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8일 대심판정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과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등 28건을 병합해 선고한다.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이 조항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형사처분을 받는 주요 근거가 됐다.
쟁점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이유 등을 인정하지 않는 현 병역법이 헌법상 보장되는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재는 앞서 지난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는 남북 대치 특유의 안보 상황과 대체복무 도입 시 병력자원 부족이 합헌 결정의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 급변으로 헌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성 헌재소장 등 상당수 재판관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전향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7월 공개변론을 가진 뒤 선고를 3년이나 미룬 헌재가 일정을 앞당긴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헌재가 병역법을 단순 위헌으로 선고하면 현재 법원에서 재판 중인 관련 사건은 모두 무죄로 선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문제를 다시 판단하기로 한 대법원의 일정도 취소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달 18일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심리 중인 병역법·예비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 사건으로 돌리고 해당 법령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8월30일에는 대법정에서 공개변론도 연다. 대법원 역시 2004년 국방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에 우선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