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조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정당한 업무수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120% 신뢰한다”면서 “우리와 검찰 사이에 판단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저에게 빠짐없이 보고해달라”고 당부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전 공정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조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지난 21일 인트라넷에 ‘검찰 압수수색 관련 위원회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700여자 분량의 글을 올린 지 4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역사상 유례 없는 광범위한 검찰 압수수색에 직원들의 동요가 크다고 들었다”며 “기업에 대한 조사·제재는 판단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과연 우리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사건 처리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위원장인 저 역시도 참으로 괴롭고 긴 한 주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직원 여러분의 정당한 업무수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제가 부임하기 전의 일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전문성과 자율성을 갖고 수행한 업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기관장으로서의 저의 책무”라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저와 상의해달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약속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라고 당부한 뒤 “저는 대한민국의 검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120% 신뢰한다”며 “검찰 또한 같은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 직무를 다하고 있다는 긍정적 마음을 갖고 (수사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와 검찰 사이에 판단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저에게 빠짐 없이 보고해달라”며 “그건 위원회가 책임질 일이고 그 맨 앞엔 응당 위원장인 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직접 검찰 수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내부의 혁신 노력도 당부했다. 그는 “공정위의 조직과 구성원을 보호하고 공정위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내부 혁신 노력을 배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자체 점검과 반성을 주문했다.
그는 “새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뿌리는 우리 공정위가 제대로 일해야만 튼튼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로부터 느끼는 좌절감과 불안감을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해 나아가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직원 조회를 연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해 9월 취임 100일을 맞아, 두 번째는 지난 2월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 미흡에 대해 김 위원장이 공개 사과한 이후에 열었다. 이날 공정위 전 직원 앞에 선 김 위원장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전하면서 중간에 감정이 북받친 듯 한두 차례 말을 멈추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공정위를 전격 압수수색한 뒤 지난 22일부터는 공정위 직원들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공정위가 대기업 사건을 검찰 고발 없이 부적절하게 자체 종결했다는 혐의와 공정위 간부가 퇴직 후 취업이 금지된 기관에 재취업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와 그에 따른 리니언시 주도권 다툼에 따른 기관 간 신경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