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늘리는 방향의 보유세 개편안을 내놓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등의 각종 규제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종부세까지 1주택자와 다주택자간 차등과세 할 경우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가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25일 “다주택자가 임대 시장에 물량을 공급함으로써 전월세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는데 종부세가 오르면 세금 인상분이 세입자의 전월세에 전가돼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있지만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도 “현재는 전월세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3~4년 후에는 입주물량 부족으로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이는데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인상분까지 전월세에 반영한다면 세입자들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집중시켜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을 다수 보유할 경우 세금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높은 ‘똘똘한 한채’로 수요가 몰리고 그 결과 서울·수도권 집값은 상승하고 지방은 급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은 종부세만 건드리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재산세 개편도 추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다주택자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큰 ‘똘똘한 한 채’로의 집중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지난해 말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잇달아 내놓자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집중돼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며 “다주택자에 종부세 부담을 더 늘리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집값을 잡으려다 자칫 부동산 시장 전체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유세 개편안이 다주택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세금은 10~20만원만 늘어나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문제는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팔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 절벽이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장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결국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매시장 보다는 증여를 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이재명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