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몰타가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거부해 논란이 됐다./AFP=연합뉴스
지중해 난민구조 문제를 둘러싸고 항구 개방을 촉구하는 국제구호단체들과 구조 중단을 요구하는 이탈리아 등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들은 지중해를 떠다니는 난민 선박들의 구조가 시급한데도 이탈리아 등은 정치적 논리만 내세운 채 항구 개방을 미루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몰타는 600여명이 탑승한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거부해 논란이 됐다. 아쿠아리우스는 결국 스페인으로 향했고 난민구조선을 둘러싼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독일의 NGO ‘미션 라이프라인’은 이탈리아와 몰타 측의 거부로 아쿠아리우스가 바다를 떠다녀야만 했다고 비난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국수주의 성향을 가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생명을 담보로 정치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가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유럽 교두보가 되면서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반박했다.
살비니 장관은 또 국제구호단체들이 구조에 나서기 때문에 북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밀입국 조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구호단체들은 난민구조 활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난민 문제는 리비아 정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리비아 정부가 난민들을 구조하고 회복시켜 리비아로 되돌려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NGO ‘씨-워치’ 대변인은 “이탈리아의 아쿠아리우스 입항 거부는 해상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난민들을 외면한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쿠아리우스에 타고 있던 난민 234명 가운데 100명 이상은 지난 23일 컨테이너 선박에 구조됐다. 이 대변인은 난민들이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빠져 사망했다면서 “유엔 구호기구는 지난 5일 동안 200명이 넘는 난민들이 익사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미션 라이프라인’ 대변인은 선박에 타고 있는 난민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이탈리아의 입장이 향후 어떤 의미를 지닐지 현재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이주를 방조한 혐의로 지난달 이탈리아 사법 당국에 소유 선박을 압류 당했던 스페인 NGO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 설립자 오스카 캠스는 살비니 장관이 난민 선박의 입항을 거부한 이후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이 20%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는 난민들이 적법한지 불법인지 따질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생명을 얘기하고 있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살비니의 결정만이 해상에서 유일한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국제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으로 아쿠아리우스를 운영하는 ‘SOS 메디테라네’는 국제사회가 난민구조를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는 경종으로 표현하면서 “오는 28일과 29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는 적절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소속 16개국 정상들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미니 EU 정상회의를 열고 역내 최대 난제로 부상한 난민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