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 대부분의 출발지인 리비아를 전격 방문, 리비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행)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난민센터가 리비아 남부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살비니 장관은 “리비아가 이탈리아처럼 난민 이동의 병목 지대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리비아 남부 국경에 난민을 수용하는 센터를 건설해야 한다”며 이 같은 시설로 리비아와 이탈리아 양국 모두 난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살비니 장관은 난민 자격 심사 단계에서 거부된 사람들을 조속히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밖에서 난민 자격 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전날 유럽이 직면한 난민 위기 타개를 위해 브뤼셀에서 소집된 ‘미니 EU 정상회의’에서 난민들이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자격 심사를 받고 다른 국가로 다시 이동해 망명 신청을 하면 처음 입국한 국가로 이송된다는 내용을 담은 더블린조약 개정과 함께 EU 역외에 난민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콘테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 등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아프리카 환승국에 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시설을 구축하자고 주장했으나,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반면 리비아 측은 살비니 장관의 제안에 즉각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이티그 리비아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난민(의 유럽을 향한 이동)을 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리비아 내에 난민 캠프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리비아 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비니 장관이 언급한 리비아 남부의 사헬 사막 지대는 일반적으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인 데다 국경 획정도 모호해 난민 밀입국 업자들이 활개를 치는 곳으로 인식된다. 로이터는 리비아 당국의 반대가 없더라도 이런 지역에 난민센터 건립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살비니 장관은 또 기자회견에서 리비아와 EU의 외부 국경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탈리아와 리비아는 비정부기구(NGO) 난민구조선을 저지하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입국하는 난민 수는 이탈리아 전임 정부가 리비아 당국과 체결한 협정 덕분에 올 들어 현재까지 작년 대비 80%가량 급감했으나, 살비니 장관은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활동을 펼치는 NGO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진입을 잇달아 금지하는 등 난민 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