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을 겪은 환자에게 뇌출혈이 생기는 것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뇌경색의 원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뇌에 혈액·산소를 공급하는 큰 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뇌경색이 왔다면 평소 ‘아스피린’(성분명 아세틸살리실산)을, 작은 뇌혈관의 내피가 두꺼워져 뇌경색이 왔다면 ‘프레탈정’(성분명 실로스타졸) 등과 고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식이다.
서양인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오려 보내는 큰 길목인 목 부분의 경동맥이 좁아지고 혈전이 생겨 뇌혈관을 막는 경우가 흔하다. 동맥 내피에 콜레스테롤·지방산 등이 다양한 결합조직과 함께 죽종(지방 혹)을 생성, 혈관을 비좁게 만들고 죽종이 터지면 혈전이 혈관을 막아 뇌경색·심근경색을 일으킨다. 이 경우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의 기능과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뇌경색 환자들은 작은 뇌혈관이 막혀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김범준 경희대 신경과 교수는 “이런 환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면 머릿속 양쪽이 하얗게 변해(백질변성) 있고 작은 혈관들이 막히거나 터져(미세출혈) 있어 뇌출혈 위험 높다”며 “이 경우 아스피린보다는 실로스타졸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게 뇌출혈 예방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이 우리나라와 중국·홍콩의 67개 병원에서 뇌출혈 또는 2개 이상의 미세출혈 소견을 가진 뇌경색 환자 1,500여명에게 아스피린 또는 실로스타졸을 복용하도록 한 뒤 평균 1년 9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실로스타졸 복용군은 아스피린 복용군보다 심근경색 빈도 등 심혈관 사건 예방 면에서는 효과가 떨어졌다. 하지만 실로스타졸 복용군의 뇌출혈 발생률은 1%로 아스피린 투여군(2%)의 절반에 그쳤다. 아스피린보다 항혈전 효과가 약하지만 혈관벽이 두꺼워지거나 뇌출혈을 예방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뇌경색 재발률,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률 등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고혈압 관리도 중요하다. 고혈압으로 혈관의 중간층에 퇴행성 변화·섬유화(동맥경화증)가 진행돼 탄성이 줄어들고 혈관 내피가 두꺼워져 혈관 안쪽 직경이 좁아진다. 이에 따라 혈관이 막히거나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짜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고 혈관이 터질 위험도 커진다. 김 교수는 “특히 작은 뇌혈관은 고혈압에 매우 취약해 평소 혈압을 130 이하로 관리해야 뇌출혈·뇌경색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뇌졸중도 환자의 뇌출혈 위험, 심근경색 등 심장·뇌혈관질환, 약물관련 부작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위험대비 효과를 평가해 맞춤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영국의 저명 국제학술지 ‘랜싯 신경학회지’(Lancet Neurology)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