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현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교수·대한소화기학회장
“조기 위암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장기간 생존하는 게 현실인 만큼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잘 보전해줄까를 고민하는 게 위암 치료 의사들의 고민입니다.”
박조현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교수(위장관외과)는 “내시경 치료 등을 통해 위 절제 및 림프선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담즙 역류를 막고 음식이 내려가는 것을 조절해주는 유문(위와 십이지장 경계부의 괄약근)을 가급적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기 위암 환자 2명 중 1명은 암이 점막층에 국한돼 위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만으로 치료하는데 우리 병원을 찾은 위암 환자 10명 중 3~4명이 그런 경우”라며 “이는 위암 치료방법에서 큰 변혁”이라고 했다.
대한소화기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다만 암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게 우선인 만큼 엄격한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며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유명세를 타거나 환자들을 현혹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시경으로 위의 안쪽에서 암 부위를 도려내고 복강경으로 림프절 등을 절제하는 내시경·복강경 하이브리드 수술을 그 예로 들었다. 여러 병원에서 공동으로 임상연구(다기관 임상연구)를 거쳐 안전성을 검증받은 뒤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해서는 “감염자 중 위암 환자의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감염됐다고 무조건 제균치료 대상은 아니다”면서 “다만 최근 약제가 좋아지고 복용기간도 종전 4~6주에서 2주 정도로 짧아져 치료 효과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
20·30대 연령층에서 암이 위 점막 아래에서 퍼져 나가 조기 검진이 어려운 미만형 암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전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층은 미만형·미분화 위암의 빈도가 높은데 오랜 기간 음식 등 환경적·후천적 영향으로 생기는 장·노년층의 암과 조직학적으로도 다르다”며 “복막 전이, 재발이 잘 되고 항암제가 잘 안 듣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미만형 위암은 점막으로 덮여 있어 내시경 검사에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 또한 경미하다. 뱃속 장 표면에 좁쌀 같은 암이 모래를 뿌린 것처럼 퍼지며 위 바깥으로 쉽게 뚫고 나가 전이가 잘 된다. 위암으로 세상을 뜬 배우 장진영씨와 가수 유채영씨 등이 그 예다.
반면 현재로선 마땅한 조기진단 방법이 없어 3~4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30대 암 사망률 1위가 위암(인구 10만명당 2.7명)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만형 위암은 여성이 48%로 남성(32.6%)보다 많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