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건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파급력은 국민 정서와 사고를 좌우할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젊은 연령층일수록 TV를 안 보는 사람은 있어도 SNS를 안 하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관심을 끌게 되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한동안 이슈가 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일반인도 복근 사진이나 레깅스를 입은 사진들을 개인 SNS에 올려 주목을 받기 때문에 ‘몸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연예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몸짱의 조건은 지방 없는 날씬한 몸매와 울퉁불퉁한 복근인 식스팩이 기본인 것 같은데 사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식스팩 정도의 복근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 단기간에 식스팩이 나올 정도의 몸짱이 되려면 하루 2~3시간 이상의 운동과 다이어트 식단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운동과 제한된 식단은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적당한 운동은 혈액순환을 도와 탈모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의 대사량이 늘어나면서 근육으로 피가 몰리게 되고 영양분이 근육으로 집중돼 모발에 필요한 영양분이 줄어든다.
필자의 24회 칼럼 ‘다이어트와 탈모’에서 언급했던 것과 비슷한 원리로 운동을 하게 되면 대사량이 늘어나면서 우리 몸의 영양소 중 당분이 먼저 소비되고 에너지 저장원인 지방이 가장 나중에 소비된다. 단 다이어트만 했을 때와는 다르게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 근육으로 영양분이 가기 때문에 근육 내의 단백질은 소비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식스팩이 나올 정도가 되려면 지방을 거의 모두 소진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더는 저장된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식사를 통해 공급된 영양분들이 바로바로 근육으로 이동하게 되어 신체의 다른 기관들이 영양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그 중 심장이나 뇌 같은 기관은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기관이라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에너지 공급이 항상 유지되지만 모발처럼 필수기관이 아닌 장기는 에너지 부족 현상에 바로 노출되어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
무리한 운동에 식단 제한까지 이어지면 영양분 불균형은 더욱 심해져서 탈모의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복근 등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운동을 하면 탈모가 바로 생기지는 않고 3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생한다. 탈모는 뿌리의 모발 생성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시중에 그 공장의 물건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탈모와 마찬가지로 탈모 치료도 최소 3개월이 지나서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중에 한두 달 안에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탈모치료 제품들은 탈모 치료제가 아니라 이미 자라나온 모발을 윤기있게 해주는 정도의 효과만 가진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모발은 세포분열을 통해 자라나는 우리 몸의 몇 안 되는 성장 기관이다. 모발은 항상성 유지를 위한 영양소뿐만 아니라 모발 생성을 위한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모발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단백질로,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복근을 만들려고 닭 가슴살 등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면서도 탄수화물 섭취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된다. 이때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는데도 단백질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모발의 성장에 있어서 부품부족 현상을 겪게 되고 탈모로 이어지게 된다.
몸짱을 만들려는 연예인이나 프로 보디빌더가 탈모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짧은 시간에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무리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스테로이드 제재를 남용한 경우도 많다. 스테로이드 제재는 남성 호르몬과 비슷한 것으로 남성호르몬은 탈모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사용은 체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비가역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식스팩과 울룩불룩 근육의 볼륨감 있는 몸매가 보기에는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적당한 운동으로 적당한 근육을 가진 사람보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면 좋겠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필자가 매일 하는 모발이식도 한 올 한 올, 한 땀 한 땀, 모발 하나하나에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지 좋은 결과가 나온다. 수술하는 의사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빠른 수술 속도이다. 필자도 예전에는 다른 대다수 의사처럼 빨리하려 했고 실제 다른 의사들이 놀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수술을 끝냈는데 세월이 가면서 깨닫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빨리하면 세세한 부분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결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 모발이식의 경우 모낭 생존의 골든타임인 8시간을 넘기는 것은 더 좋지 않다.
/okhairline@naver.com
옥건 원장은···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국제모발이식학회(ISHRS) Best Practical Tip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