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종 덮친 실적 먹구름...2분기 영업익 2조 삼켰다

전자서 디스플레이·부품까지 실적 전망치 잇단 하향
코스피기업 2분기 영업익 전망치 연초비 2조 줄어 51조
옥석 가리기 전략 필요...삼성전기·한미반도체 등 유망


국내 증시의 기반인 정보기술(IT) 업종이 흔들리며 2·4분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전체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맏형인 삼성전자(005930)뿐만 아니라 전자 전반과 디스플레이·부품까지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IT 업종이 국내 증시의 등락을 이끌어온 만큼 이는 증시 전체의 실적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2·4분기 전체 기업의 실적이 IT 업종의 실적하락으로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초 53조원까지 내다봤던 코스피 기업들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월 현재 2조원이나 줄어 51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IT 업종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연초 23조3,926억원에서 현재 22조448억원으로 5.8%가량 하향 조정됐다. 가장 덩치가 큰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같은 기간 16조5,243억원에서 15조3,783억원으로 6.9%나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다른 IT주의 실적 하향 추세도 만만치 않다.

우선 삼성전자와 양대 전자 종목인 LG전자(066570)의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LG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은 현재 8,562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는 29%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9,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던 데 비하면 다소 아쉽다. 이 때문에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TV 부문의 영업이익률 하락, 스마트폰 부문의 적자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IT 업종의 대형주인 LG디스플레이(034220)·LG이노텍(011070) 등도 실적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LG이노텍은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 500억원대였지만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4월부터는 영업적자가 예상돼왔다. LG디스플레이도 2·4분기 1,530억원의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2·4분기에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현금 창출 능력이 빠르게 악화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표주가도 3만7,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LCD 패널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신규 생산시설 가동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IT 대형주의 실적 우려는 상생관계를 맺어온 장비·부품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실리콘웍스(108320)는 연초 172억원으로 예상됐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현재 7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삼성·LG전자를 고객사로 둔 부품업체 비에이치(090460)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상태다. 비에이치의 주가는 이달 들어 6% 이상 떨어진 상태다. 이밖에 NAVER(035420)·카카오(035720)·엔씨소프트(036570) 등 소프트웨어·인터넷 기업들도 실적 하향 조정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증시 전반의 실적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에서 전기·전자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만 15%, 코스닥의 IT 업종 비중은 26%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의 2·4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 초 52조9,973억원에서 현재 51조1,399억원까지 줄었다. 환율 변동,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기대 요인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 일례로 삼성전기(009150) 역시 올 들어 잇따라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2·4분기 영업이익이 1,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장비주인 한미반도체(042700)·원익IPS(240810) 등은 반도체 대기업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반도체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수혜가 기대된다. 원익IPS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연초 2,148억원에서 현재 2,327억원으로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이밖에 새로운 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리 매수하는 전략도 추천할 만하다. 예를 들어 하나금융투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수혜주로 SKC코오롱PI(178920)·덕산네오룩스(213420)·삼성SDI(006400) 등을 꼽았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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