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 새롭게 진출한다. 전기차 폐차 시 나오는 배터리를 재활용해 산업용 ESS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겨냥한 신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26일 서울 논현동의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핀란드의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르질라는 세계 177여개 국가에서 67GW 규모 발전 설비 용량을 구축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바르질라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협업해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ESS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기차 배터리는 휴대폰 배터리처럼 일정 기간 쓰고 나면 성능이 저하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를 폐차하거나 전기차의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할 때는 반드시 중고 배터리가 나온다. 이 배터리의 성능을 복구시켜 산업용 ESS로 쓴다는 게 이번 사업의 핵심 아이디어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때 꼭 필요한 장치다.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맞춰 동반 성장하는 사업 분야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7~8년 정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초기 성능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더 쓸 수 있다. 또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고 이 중 10GWh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을 토대로 ESS 기술 개발과 사업성 확보에 주력한다. 특히 ESS 신사업과 전기차 시장이 선순환하며 발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쏘울 EV’의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3년 내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