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發 LCD 치킨게임'] 초대형 패널까지 노리는 中…"삼성·LG 고사작전"

中정부 지원·가격공세 등 힘입어
대형 패널 점유율 10년새 27%↑
일부 TV제조사 패널 구매 늦춰
울며 겨자먹기식 출혈경쟁 우려

중국 BOE의 65인치 TV용 LCD 가격 인하는 우리 업계에 재앙과도 같은 사건이다. 그나마 우리 기업들이 수익을 내던 초대형 패널 시장까지도 장악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5.8%에 불과했던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을 10년 사이 32.8%(2018년 1·4분기)로 끌어올리며 한국(28.4%)를 추월했다. 막대한 시설투자·정부지원·가격공세 등 3박자가 어우러진 덕분으로, 이 같은 성공 전략을 초대형 패널 시장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중국의 초대형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본다. 서원형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10.5세대 공장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펼칠 경우 한국 기업의 고객이던 TV 제조사들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이미 일부 TV 제조사들이 BOE가 제시하는 가격을 기다리며 패널 구매를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1분기 기준 50인치 이상 LCD 패널 점유율(출하량 기준) 1, 2위는 각각 삼성디스플레이(21.7%)와 LG디스플레이(034220)(18.8%)다. 이어 △이노룩스(15.4%) △AUO(14.6%) △차이나스타(11.8%) △BOE(7.6%) △샤프(5.3%) △CEC-판다(3.7%) △HKC(0.8%) △CHOT(0.3%) 등의 순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중국 업체 위주로 점유율 확대가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BOE는 지난 3월부터 월 4만장(원장 기준) 규모의 허페이 10.5세대 LCD 공장(B9-1)을 가동한데 이어 오는 7월과 11월에 각각 4만장 규모의 10.5세대 LCD 공장 ‘B9-2’와 ‘B9-3’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CEC판다와 CHOT도 2분기부터 각각 12만장, 6만장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했다. 차이나스타(CSOT)·HKC 등의 시설투자도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4분기 BOE의 50인치 이상 점유율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4%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산 중인 10.5세대 LCD는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세대를 구분짓는 유리기판 크기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결정되는데 10.5세대는 8.5세대보다 제조 효율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8.5세대 유리기판 한장(2,200㎜*2,500㎜)에선 65인치 TV용 패널을 3장밖에 못만들지만 10.5세대 유리기판 한장(2,940㎜*3,300㎜)으론 65인치 TV용 패널 8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5세대에선 65인치 8장을 뽑고도 버리는 면적이 10% 미만이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 P10의 10.5세대 OLED 생산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10.5세대 LCD 생산을 검토하기도 한 이유다.

중국 업체들의 초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가격 정책도 힘을 얻게 된다. 더 많은 고객사에게 더 저렴한 가격을 제안함으로써 경쟁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패널 공급 계약은 연말에 대략적인 내년 물량을 잡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제조사의 주문량이 달라질 수 있다. 내년 물량으로 10만장을 주문했다 하더라도 실제 공급은 10만장 미만일 수 있는 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 제조사가 BOE 가격을 언급하며 협상을 벌이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춰줄 수밖에 없다”면서 “왜곡된 시장임을 알면서도 억지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V 초대형화 추세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10.5세대 투자와 시장 수요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TV 시장에서 50인치 이상 비중은 2016년 25.2%에서 올 1분기 30.1%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TV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TV 수요가 늘면서 중국의 10.5세대 투자도 빛을 발할 것”이라며 “전체 TV 시장이 커진다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공존이 가능하겠지만 TV 수요가 정체되면서 부품사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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