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유임으로 ‘김성태 사퇴론’이 일단락되면서 자유한국당의 각 계파는 앞으로 구성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누가 혁신비대위원장에 임명될지, 비대위의 역할과 활동시기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각 계파의 셈법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당 주도권 확보에 가장 유리한 계파는 복당파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 등이 비대위 구성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도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다. 복당파는 ‘인적청산’이 혁신비대위의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친박계를 비롯해 복당파와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인사에게 메스를 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김 대행은 26일 예정에 없던 혁신비대위 구성을 위한 준비위 1차 회의에 참석해 “‘김종인(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모델’보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더 강해야 한다”며 “(혁신비대위는) 오는 2020년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부터 비대위원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릴 칼로 제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복당파는 이번이야말로 당내 최대 세력인 친박계를 딛고 일어설 기회로 보고 있다. 김성태 사퇴론이 불거질 당시 ‘친박 대 비박’ 프레임을 만들어 친박계를 혁신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김 대행은 지난 22일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나 참담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의 거취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친박계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친박계와 비박계 중진 의원은 복당파를 정조준하며 복당파의 당권 장악 저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김성태 사퇴와 김무성 탈당, 조기 전대 개최 등 입장이 비슷하다. 친박계가 다수인 초선 의원 중 일부는 복당파를 압박하기 위해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메모 사건 진상조사단을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행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한 중진들은 복당파의 주도권 잡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진 중 심재철·정우택·유기준 의원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이들은 비대위가 혁신형이 아닌 조기 전대를 계획할 관리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대위가 인적청산 작업에 나설 경우 계파 갈등은 물론 당권 싸움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어서 지도부의 입맛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는 공천권이 있을 때 혁신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허수아비 비대위로는 국민에게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혁신비대위 준비위는 이를 의식한 듯 제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당내에서 서로 불신하는 상황이지만 그런 일이 전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안상수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서 열린 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덕흠(왼쪽부터) 위원, 안상수 위원장,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김성원 위원, 배현진 위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