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명의 세계 인구 가운데 값비싼 바이오의약품을 쓸 수 있는 인구는 10억명이 채 안됩니다. 값비싼 약값 탓에 살지 못했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셀트리온은 더 노력할 겁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류를 질병에서 구할 혁신적인 첨단의약품에 대한 규제는 기존과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이뤄줘야 합니다. 첨단치료제가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나오도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윌슨 브라이언 미국식품의약국 국장)”
27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사람 중심, 바이오경제’를 주제로 개막한 ‘2018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의 화두는 ‘가격 접근성’과 ‘첨단의약품에 대한 규제 완화’로 요약됐다. 29일까지 열리는 행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공동 주최하며 국내외 바이오산업 동향과 미래 전망을 논하기 위해 32개국에서 초청된 126명의 전문가가 130개의 강연을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 제약업계, 학계 전문가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조 강연에 나선 국내외 의약품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싼 가격 탓에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등 저렴한 의약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동안 치료제가 없었던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는 유전자치료제 등의 첨단 의약품이 보다 신속하게 환자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방향성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리라는 점도 입을 모아 강조했다.
바이오시밀러 선두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글로벌 환자들에게 더 좋고 더 저렴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복제약의 일종인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더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면서 유럽 정부의 의료비를 30% 가까이 절감시켰다”며 “현재 미국·유럽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는 60개가 넘으며 향후 10년 내 100조 이상의 관련 의료비를 절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로 조만간 각 국가의 의료비가 정부 총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의약품 가격을 낮춰줄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안젤라 시망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처장 역시 의약품의 적정한 가격과 비용 대비 약효가 앞으로 WHO와 같은 국제기구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중대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생활비 절반 이상을 의약품 지출에 쓰고 있으며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며 “의약품 가격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 더 글로벌한 이슈가 될 것이며, 만약 WHO나 정부 필수의약품 등록을 계획하는 제약사라면 가격과 약효 사이의 적정선을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윌슨 브라이언 미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의약품의 개발 동향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그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등장하는 등 과학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혁신적인 첨단의약품의 연구개발도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백만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활용해 인간 질병을 치료하고 심지어 완치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며 그에 따라 10년 전 연간 40~50건에 그쳤던 관련 임상시험이 지난해 1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변화가 의약품 개발 풍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며 민관 모두가 좀 더 신속하게 치료제를 만들고 시판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슨 국장은 “야구로 비유할 때 과거 의약품 개발이 1·2·3루를 차근차근 밟아 득점을 내는 과정이었다면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홈런을 치는 일과 비슷하다”며 “개발 초기부터 과학자와 의학자가 심도있는 협업을 진행하고 제조 관련 사항까지 미리 준비해 한 번의 임상으로 안전성부터 유효성까지 모두 입증한다면 더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