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중단하라" 요구…국내 정유·화학·건설기업 '노심초사'

수입원유의 비중 13% 달해
대체 공급처 확보하더라도
정유사 수익성 악화 불보듯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2009년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플랜트 전경. /서울경제DB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오는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란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정유·화학·건설 등 국내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오는 11월 4일까지 동맹국들이 이란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제로’(0) 수준으로 줄이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란으로의 자금유입을 차단하려는 조치”라며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대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 정부가 일본을 포함한 각국에 이란 원유 수입 중단을 요청했으며, 11월 4일까지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 기업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장 미국의 조치가 한국에도 확대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이란산 원유는 1억4,787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3억1,922만배럴)와 쿠웨이트(1억6,036만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국내 도입된 전체 원유 중 이란산 비중은 13.2%에 달한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 1억배럴이 넘는 원유를 딴 곳에서 수입해와야 한다. 특히 정유업계는 이란산 수입 원유의 절반 이상이 일반적인 원유가 아니라 늘 공급이 부족한 ‘콘덴세이트’라고 불리는 초경질원유이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전한다.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더라도 정유사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산 원유의 가격이 다른 산유국보다 훨씬 저렴해서 대체 원유를 도입하게 될 경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도입한 이란산 원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52.9달러로 사우디(53.8달러)보다 1달러가량 낮고 이란과 함께 콘덴세이트를 주로 수입하는 카타르(55.7달러), 호주(57.8달러)보다 훨씬 낮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도입가격은 치솟고 생산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가뜩이나 유가 급등으로 이익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 도입이 중단되면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기업도 노심초사다. 정유사 못지않게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수입이 많고 이를 주원료로 사용해 파라자일렌(PX)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이란과의 관계가 서서히 복원되고 있는 건설사들도 강화되는 이란 제재에 발을 구르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결국 이란이 추진하는 대규모 정유·화학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대림산업은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금융조달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3월 체결한 2조2,000억원의 정유공장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건설 역시 지난해 각각 3조8,000억원 가스전 확장공사와 1조7,000억원 정유공장 사업을 수주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면 사업 진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강화될 경우 금융조달이 힘들어져 현지에서 수주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되는 피해는 분명하지만,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제재 조치와 관련해 예외국 인정을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면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 미국이 이란 제재를 유지할 때에도 한국은 예외국으로 인정받아 기업별로 일정 비율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할 수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겐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을 요구했는데, 아직 우리에겐 공식적으로 그런 요청을 하진 않았다”며 “다만 우리 산업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예외국 인정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현호·박성호·한동훈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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