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 시기에 접어들며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필자가 농업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이들에게 질문을 받는 일이 곧잘 생기고는 한다. 농사를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떤 품목이 돈이 되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매번 되묻는 것이 있다. “판로는 고민해보셨습니까?”
많은 농가에서 종묘가 인기 있고 재배법도 잘 정리된 품목을 선택한다. 그만큼 시장이 크고 재배가 용이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 행여나 상품이 다치거나 못생긴 것은 소비자를 만나볼 기회조차 없고 갑자기 생산량이 늘어나면 폐기 처분되기도 한다. 일례로 참외는 과잉 생산될 때 생산비 보전이 힘들어 땅에 묻기 일쑤였다. 지난해 경북 성주군은 20억원을 들여 1㎏당 150원에 수매한 후 폐기했는데 이러한 혜택조차 받지 못해 애를 태운 농가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참외 가공식품 개발이 활발해지며 이런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참외로 생과일 주스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면 올해는 대형 음료 가공 업체인 진산비버리지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참외우유 시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덕분에 농가는 땅에 묻기도 힘들었던 잉여 물량을 가공 업체에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고 가공 업체는 원재료 수급에 물꼬를 터 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은 판매기간이 짧고 품질이 다양해 등급에 맞는 판매처를 미리 발굴해둬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농사도 잘 짓고 영업력도 탁월해야 하지만 현장은 생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성주 참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지방자치단체·유관기관의 뒷받침과 자본·노하우가 풍부한 대기업의 참여는 새로운 출구를 찾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농가와 기업의 활발한 파트너십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