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R&D) 패러다임도 해체기술과 안전 강화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원전 성능 향상 등과 관련한 기술 강화 R&D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향후 원전 수출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올해 전체 원자력 R&D 예산(2,036억원) 중 3분의1가량인 68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600억원 규모였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원전을 해체하기 위한 기반기술 38개와 상용화 기술 58개를 오는 2021년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올해 138억원이 투입된다. 원전의 내진성능 강화와 사고 방지, 리스크 평가기술 개발에도 96억원을 투자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밀봉용기나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처분 관련 기술 개발에도 올해 212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원자력 기술을 의료·바이오 등에도 확대해 활용한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동위원소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임상기술을 개발한다. 방사선 의약품 개발이나 연구기반시설을 활용한 산업 소재 개발에도 총 188억원이 투자된다. 하나로(대전), 방사선연구소(전북), 방사선치료 플랫폼(서울) 등 원자력 기반시설이 집적된 곳을 중심으로 ‘방사선 융복합 클러스터’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연구로와 중소형 원자로 등의 수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우리가 확보한 원자력의 성능 개선과 관련한 R&D에서 벗어나 안전성만을 강화하는 것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자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은 결국 성능 향상과 안전 강화라는 두 개의 바퀴로 가는 자전거”라며 “앞으로 원자력 성능보다는 해체나 안전에만 지나치게 기술 개발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은 결국 한국의 원전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