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고차방정식이 된 부동산 세법

정두환 논설위원
특정 지역·계층 인위적 규제하려다
보유·처분 세금 고차방정식 만들어
규제 약한 틈새시장에 돈 몰리는데
효과 불분명한 종부세 또 손질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 ‘바뀐 세제 완전정복’ ‘절세의 기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부동산 세금’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뜨는 다양한 제목의 소위 말하는 ‘꿀팁’이 부지기수다. 도대체 얼마나 복잡하기에 이걸 ‘정복’해야 하고 ‘기술’까지 익혀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가 아니라면 당장 최근 1년 사이 바뀐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열에 한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부동산에 대해 취득·보유·처분 단계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기본적인 상식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 그나마 간단한 것이 취득 관련 조세다. 보유 단계로 넘어가면 일반 건축물은 단일세율인 반면 주택은 0.1~0.4%의 초과누진세율로 바뀌고 종합부동산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해당 단지가 재건축 단지라면 초과이익환수라는 심화학습 단계까지 거쳐야 한다.

부동산 처분 단계에서 내는 양도소득세에 이르면 고차원 방정식이 된다. 양도소득세 산출의 기본 틀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등 필요경비를 제한 양도차익 금액에 따라 정한 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양한 공제 항목과 특례 규정이 덧붙여지면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은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같은 2주택자라도 매도 주택이 이른바 ‘청약조정대상지역’에 있으면 최대 30%까지 양도소득을 감면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양도세는 ‘나이’로도 차별한다. 만 60세 이상이면 최대 30%까지 소득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심지어 세율도 10%포인트 더 높다.

1주택자라고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는 것도 아니다. 어느 지역의 주택이냐에 따라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실거주자만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거주 여부를 묻지 않는다.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역에서는 50%의 단일세율이 적용되지만 어떤 곳에서는 최저 6%까지 세율이 떨어진다.

정부가 종부세 등 보유세까지 손보겠다는 방침이어서 부동산 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금까지 공개된 보유세 개편안을 보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 목적인지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도록 압박하는 것인지 정책 목표 자체도 모호하다. 세 부담이 늘지만 집을 팔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세금 폭탄인 듯 폭탄 아닌 폭탄 같은 종부세 개편이다. 이렇다 보니 이런 의구심마저 생긴다. 조세형평이라는 명목 아래 부족한 세수를 보유세로 충당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말이다.

부동산 세제가 복잡해지는데다 특례 규정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제도에 순응하기보다 이를 역이용하려는 투자자만 는다. 이른바 틈새 투자, 풍선효과다. 특정 지역의 규제를 강화하니 투자자들은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달려가고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니 강북권의 재개발아파트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조세 체계가 복잡해지고 예외 규정이 많을수록 국민은 불편해지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는다. 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차원에서 조세 체계 간소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우리의 조세 체계는 오히려 점점 복잡해져간다. 조세의 단순성은 법적 단순성과 경제적 단순성을 의미한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 심지어 강남권 특정 단지만 핀셋 규제를 하겠다고 나선 결과다. 해가 바뀔 때마다 연말정산 서류를 들고 머리를 싸매며 단 몇 푼이라도 소득공제를 받아보는 것만도 벅찬데 도대체 국민들에게 얼마나 더 세금 공부를 시키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세 부담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좀 단순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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