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6개월의 유예기간 마련에 이어 다각적인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산업계의 건의를 수용하고 여건에 맞춰 정책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급격한 고용환경 변화로 우왕좌왕하는 분야는 비단 ICT 업종만이 아니다. 화학이나 건설·조선업종 등도 정기적인 보수점검에 들어가거나 해외 납기를 맞추자면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경제단체들의 한결같은 호소이기도 하다. 이런 보완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예외적인 허용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 불필요한 논란과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제도 보완에 대해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며 미온적이다. 절반 이상의 사업장이 이미 제도를 도입해 문제가 없다며 일단 운영해본 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재난 수준의 고용상황은 정책실험을 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오히려 섣부른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계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경제 현실을 생각한다면 제도 보완에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권은 집권 2기를 맞아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데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여권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정책 혼선도 서둘러 교통정리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를 바로잡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