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노는 땅'에 주변 낙후...집값 상승폭 서울 평균 밑돌아

서울 도시재생 후보지 아파트값 살펴보니
청량리시장·독산동 우시장 일대 등 주택 낡아 낮은 상승세
규모 크고 환골탈태 예상되는 '경제기반형 사업지' 큰 관심
홍릉연구단지 동북권 산업·경제·문화 중심지로 개발 구상

공공기관이 제안하는 서울 도시재생 뉴딜사업 후보지 8곳이 속한 자치구들의 최근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수준으로 조사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동대문구 홍릉연구단지, 청량리시장,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일대, 금천구 독산동 우시장 등 6곳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영등포구의 경인로 일대와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각각 후보지로 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내달 초 정부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신청 접수 후 심사를 거쳐 8월 말 사업지 선정 및 발표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서울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서울시가 정하는 노후주거지역 7곳, 공공기관이 제안하는 사업지 3곳을 선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 추진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안 현상을 막기 위해 서울 지역 사업지 심사에서 최근 집값 상승률을 기준들 중의 하나로 삼기로 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홍릉연구단지, 청량리시장,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이 속한 동대문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7년 연간 7.13%, 올해 1월~6월 15일 9.5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11.44%, 8.57%다. 고려대 안암캠퍼스가 있는 성북구, 독산동 우시장이 있는 금천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7년 3%대로 낮았고 영등포구는 2017년, 올해 1~6월 모두 8%대로 나타났다. 세운상가군이 있는 중구, 용산전자상가가 속한 용산구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SH공사와 LH는 정부의 방침을 감안해 아파트 단지들과 떨어져 있거나 노후 주거지역과 가까워 집값 상승세가 낮은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서울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선정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가장 규모가 큰 경제기반형 사업이다. 경제기반형 사업은 면적 50만㎡ 내외 규모의 역세권, 산업단지, 항만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초기 시범사업격인 마중물 사업에 국비 및 지방비(시·구예산)을 합쳐 최대 600억원대의 예산이 지원된다. 지난해 경제기반형 사업지로 선정된 경상남도 통영에서는 정부 예산을 포함해 1조원대의 총 사업비를 투입해 폐조선소 부지를 관광·문화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추가로 선정될 서울의 경제기반형 사업지 역시 비슷한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돼 일대가 환골탈태하게 될 전망이다.

SH공사의 경제기반형 사업 후보지인 홍릉연구단지는 1960~1970년대 국내 1호 연구단지로 조성된 곳이다. 국내에서 박사급 인력이 가장 많이 근무하고 있으며 대학병원, 연구기관, 창업지원시설들이 함께 갖춰져 있어 바이오·의료 분야 산업단지 조성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49만㎡에 달하는 방대한 부지가 주변과 격리된 채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주변 지역이 낙후돼 있다. 기존 연구인력은 물론 주변에 대학이 많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정부가 수십년간 방치한 탓에 연구단지는 사실상 ‘노는 땅’ 으로 평가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SH공사와 서울시는 도시재생 뉴딜을 계기로 홍릉연구단지를 동북권의 산업·경제·문화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LH의 경제기반형 사업 후보지인 영등포 경인로 일대에는 소규모 기계·금속 가공업체 1,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이 업체들은 1980년대 호황을 맞았다가 쇠퇴하면서 일대가 함께 낙후돼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서남권의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 중이다. LH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계기로 영등포역 주변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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