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실제로 전체 인구의 30%는 일상을 유지 하지 못 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을 겪곤 한다.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 노화 때문이라고 방치하기 십상이지만 어지럼증은 눈 떨림(안진)의 양상과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원인 질환이 다르게 분류된다.
비교적 치료와 회복이 빠른 말초성 어지럼증과 달리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중추성 어지럼증. 하지만 말초성과 중추성은 안진 양상이 비슷해 오진의 가능성이 크고, 중추성 질환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27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생로 병사의 비밀’에서는 트라우마까지 남기는 어지럼증의 증상적 차이를 제시하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 질환과 진단 과정을 알아본다.
장순애씨는 아직도 지난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갑자기 집안이 빙빙 돌며 눈조차 뜰 수 없는 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평소 지병 따위 없이 중년의 건강을 유지해오던 장순애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에 죽음의 공포마저 느꼈다. 걸을 수조차 없어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러워하던 순애씨를 발견한 남편, 둘은 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견뎌낼 수 없던 고통의 원인은 바로 말초성 어지러움의 대표 질환 중 하나인 전정신경염이었다.
자신의 주변 사물, 공간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일련의 현상, 어지럼증. 일반적인 어지럼증의 약 40%는 몸의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귓속 말초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생긴다. 전정기관은 머리 위치나 움직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중추 평형기관에 감각 정보를 전달해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크게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 이에 속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띵하거나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부터 수일 동안 지속되는 어지럼증까지 증상이 다양하고, 원인 질환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해 어떤 어지럼증인지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 발생하면 자력으로 멈출 수 없는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과 각 질환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소리 없이 다가와 생명을 위협하는 뇌질환. 그런데 뇌질환의 위험을 알리는 시그널이 있다? 바로 어지럼증이다. 신체 균형 유지에 필요한 팔·다리의 감각 정보, 눈의 시각 정보, 그리고 말초 전정기관의 평형 정보는 중추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된다. 이러한 신경 자극을 해석하고 총체적인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기관이 바로 소뇌다. 소뇌에 뇌졸중, 뇌경색, 뇌종양 등의 병변이 발생하면 기능이 저하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 뇌질환 중 일부는 말초성과 같은 체위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이석증과 혼동돼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
제작진이 만난 박만규(65)씨는 2년 전 몸이 붕 떠있는 듯한 어지럼증에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단순한 이명으로 진단돼 집으로 향한 만규씨. 몇 달 뒤, 몸의 오른쪽이 마비되며 응급실로 실려갔다. 진단명은 ‘소뇌경색’이었다. 생명은 건졌지만 손상된 뇌기능은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할 만큼 뛰어난 운동감각을 보인 만규씨지만 뇌손상 후 아내의 도움 없인 거동마저 불편해졌다.
어지럼증은 신체 내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다. 그간 이석증이 유발하는 체위성 어지럼증과 중추성 어지럼증 간의 감별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간과되어 왔던 어지럼증.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중추성 어지럼증과 말초성 어지럼증의 감별법을 짚어본다.
어지럼증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트라우마와 불안증을 남기곤 한다. 한형숙(56)씨는 5년 전 이석증을 앓은 이후, 지금껏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길을 걸으면 가로수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듯한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형숙씨. 집밖에 나서는 일조차 불가능한 생활을 이어왔다. 실제 신체적 문제가 없음에도 3개월 이상 중심이 안 잡히고 쓰러질 것 같은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태를 심인성 어지럼증, 혹은 만성 주관적 어지럼증으로 분류한다. 최근의 발표에 의하면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심인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의 병’ 심인성 어지럼증을 인지하고 개선에 나선 한형숙씨. 심인성 어지럼증의 극복 방법을 짚어본다.
겪어본 이들만 안다는 어지럼증의 공포, 어지럼증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각 원인 질환에 따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석증은 평소 머리의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고, 메니에르는 무엇보다 저염식의 식습관이 요구된다. 전정신경염은 전정재활운동이 필요하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재발 방지법을 알아보고, 뇌질환으로 인한 뇌손상 이후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본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