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든 의료 행위가 그러하듯,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환자는 정보 획득에 제약이 있다. 게다가 수술을 위해 한번이라도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은 광고들이 디지털 정보망을 장악했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은 오로지 병원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 정보와 느낌만으로 병원을 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병원을 선택하기엔 환자들의 위험 부담이 크다.
시력교정 수술은 수술 시간이 10분 정도이면서 수술비가 최소 100만 원 선에서 600만 원까지로, 병원 입장에서 꽤 큰 매출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수술이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수술 수만 잔뜩 늘리고 이후의 관리는 엉망진창인 ‘공장형 안과’가 출현했다. 공장형 안과는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상업화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의료과실을 발생시키는 병원이다. 몇 년 전 TV다큐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대표원장 이름으로 전부 수술 예약을 해놓고 페이닥터가 수술하거나 수술 후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시력교정 수술은 특히 수술 후 지속적으로 안구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수술이다. 수술과 부작용에 시간차가 있기 때문인데, 라식이나 라섹 수술 후 몇 년 뒤에나 부작용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들이 그것이다. 또, 스마트폰의 장시간 이용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근시가 더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시력교정 수술은 수술대에서 내려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전문가의 관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공장형 안과에서는 이런 것들이 터부시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이상적인 병원은 ‘환자 중심 진료를 하는 수술 잘하는 병원’이다.
16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모든 병원이 이벤트 가격을 제시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원래 얼마인데, 지금 이벤트 중이라서 00만 원 할인해 드릴게요” 혹은, “원래 얼마인데, ##이벤트 대상이셔서 00만 원 할인 적용됩니다”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병원의 후기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원래 그 병원은 그 정도의 가격대이다. 그러니 할인 이벤트에 심장 두근댈 필요 없이, 여유가 있을 때 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
목표 시력은 안경이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력과 동일하다. 1.0이나 1.5를 선택한 다음 더 깎거나 덜 깎는 것이 아니고 안구 상태에서 볼 수 있는 최대 시력으로 각막을 깎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잘 나올 수도 있고, 목표 교정 시력이 1.0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0.7~0.8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시력 얼마 달성한 사람이 몇 명이라는 것은 쓸모 없는 정보다.
모든 병원의 홈페이지에서 90%의 확률로 볼 수 있는 숫자 중 하나는 수술 건수에 관한 내용이다. 대체로 수술을 총 몇 건 진행 했다거나 하루 수술 건수를 몇 건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 중 하나는 꼭 있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규모가 큰 병원(의사 수가 많음)이거나 의사의 경력이 긴 경우이고, 후자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의사 1~2명 정도) 경우이다. 병원의 규모는 어떤 게 좋다기 보다는 장단점이 있어서 본인에게 맞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 병원이 큰 경우 병원의 인프라가 잘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작은 경우에는 모든 것을 수술해준 의사에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병원은 큰데 수술 건수가 얼마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병원은 주력 수술이 라식/라섹/렌즈삽입술이 아닌 병원일 가능성이 크다.
무의미한 숫자들이 대체로 명목적이라면, 유의미한 숫자들은 좀 더 환자에게 실질적이다. 수술 후 보증 기간이라든지, 관리 기간이라든지 환자의 피부에 닿는 것이거나, 수술이 성공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단서들이다. 이것들은 아주 중요한 단서들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치를 정해 놓고 그 이하인 경우는 거르는 편이 좋다. 또, 이런 정보는 병원이 온라인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홈페이지 등을 제작할 때 의료광고법에 따라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를 기반으로 확인하면 된다.
이렇게 마케팅 메시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수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정보인가?’, ‘마케팅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가?’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가를 수 있다. 이렇게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메시지들을 1차적으로 선별한 후, 핵심이 되는 정보들을 파악하여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