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경찰청은 검사 출신 A변호사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불청구(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음)됐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거짓 증언을 하게 하고, 담당 검사를 속인 혐의로 검사 출신 변호사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27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A변호사가 과거 환경·해양 담당 검사 시절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압수된 고래 고기 일부에 대해서만 불법으로 인정하면, 불법이 확인되지 않는 압수물에 대해서는 담당 검사가 기소하지 않고 되돌려줄 수도 있다)을 이용해 압수된 고래 고기와 상관없는 고래류 유통증명서를 첨부한 의견서를 3회에 걸쳐 수사기관에 제출해 고래고기 21톤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통업자가 “사실대로 다 말하겠다”고 하자, A변호사가 “이제 와서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다 구속될 거다”라고 겁을 주면서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법정이 아닌 수사기관에 거짓말을 한 것은 처벌할 현행법이 없고, 고래유통증명서를 근거로 고래고기를 돌려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적용한 A변호사의 혐의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자 경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고, 증거 조작의 결과 수사기관이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위계의 의해 수사행위를 방해한 것”이란 대법원 판례를 들어 “검찰의 판단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검찰이 성실히 수사했으나 당시 증거가 허위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검사가 의도적으로 수사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변호사의 조세포탈 혐의와 접대 의혹 등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또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검사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 서면 조사 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6월 당시 경찰이 울산 북구의 한 창고에서 밍크고래를 불법 유통한 포경업자와 유통업자 6명을 체포해 2명을 구속하고, 고래고기 27톤(시가 40억원 상당)을 압수하면서 비롯됐다.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는 통상 소각해 폐기하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검찰이 경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압수품 대부분을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 이로 인해 유통업자는 30억원 가량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고래보호단체가 해당 검사를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A변호사의 이 같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불법 고래 고기 유통업자 등 6명을 총 30여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에서 3차례에 걸쳐 신청한 A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 의해 불청구됐다. 또 경찰이 신청한 금융계좌 영장이 거래 기간이 축소돼 발부되고, 통신 허가서가 핵심대상자가 아닌 고래유통업자로 한정돼 발부되는 등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환부 결정 담당 검사와 지휘 선상에 있던 부장 검사 등은 경찰의 서면질의에조차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담당 검사는 지난해 말부터 캐나다로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난 상태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