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시가 5억원에 달하는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범행을 진두지휘한 강 모(53) 씨와 주유소 관리인 박 모(56) 씨, 주유소 실소유주 최 모(5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협조한 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일당은 지난해 4월부터 약 5개월 간 충남 천안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90ｍ 떨어진 지점에 묻힌 송유관에 고압 호스를 설치해 시가 5억3,000만원에 달하는 휘발유·경유 등 46만1,280ℓ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기름은 시세보다 100~150원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들은 3인 1조로 나눠서 삽과 곡괭이만으로 주유소 건너편에 있는 송유관까지 3ｍ 깊이의 굴을 팠다. 강씨 일당은 땅굴을 파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만 작업을 했으며, 평소에는 나뭇가지 등으로 가려 은폐했다. 강씨는 송유관을 뚫어 고압 호스를 주유소 저장탱크로 연결했고, 진동감지센서와 압력계, 밸브 등을 설치해 기름의 양을 조절했다.

강씨는 과거 주유소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주유소 사업자들과 접촉해 이러한 범행을 제안했다. 주유소를 대여하고,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일까지 대부분의 일을 강씨가 주도했다. 강씨는 2015년에도 경북 경주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기름을 훔쳐 판매하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자 도망친 전적이 있다. 강씨는 천안에서의 범행이 발각되자 또 도주했으며 전남 여수에서도 땅굴을 파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주유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으며, 주유소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단속반이 오는지 등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대포폰을 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던 강씨가 자칫 실수라도 했다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범행”이라며 “기름이 새서 주변 토양과 하천이 오염되는 환경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