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군사주의 저항해 무기 안 들겠다는 메시지…헌재가 받아들여 감사"

18년 만에 대체복무제 마련 판단 내린 헌재에
시민단체도 환영 뜻 밝혀…"대체복무제 조속마련 촉구"

전쟁없는세상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군인권센터 등 인권단체가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신다은기자

헌법재판소가 18년 만에 대체복무제 없는 군 복무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시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인권단체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며 “실질적 대체복무제가 마련될 때까지 국회와 행정부가 힘써달라”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당사자이자 변호인으로 활동한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복무제 입법 없이 바로 위헌을 하면 재판을 받던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제를 시작할 수 없어 붕 뜨는 문제가 생긴다”며 “헌재가 법률 틈새 없이 대체복무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고민해 준 데 감사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68년 동안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감옥에 200여명의 젊은이들 수감돼 있다”며 “우리 사회가 그들의 부모, 친구가 겪은 슬픔과 고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바란다”고 했다.

이경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한국은 지금까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시키지 않고 감옥에 보내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며 “한국은 양심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힌 이들을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하며, 같은 이유로 새겨진 범죄기록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엠네스티와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현재 양심적 병역 거부로 재판 받는 병역거부자는 917명, 감옥 수감자는 218명이며 형을 선고받은 병역거부자도 1만 9,000명에 달한다.

지난 2016년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 위헌소원을 낸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병역거부자들이 다 풀려나는 것도 아니고 저처럼 재판을 받는 사람의 재판이 즉각 정지되는 것도 아니다”며 “하지만 법원이 세상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했다. 홍 활동가는 “단지 우리는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거고 총을 쥐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을 뿐”이라며 “사람을 동원해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안 가겠다고 해서,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들의 선언이 감옥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군대 전역 후 2014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김형수씨도 “군사주의가 독점한 평화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평화가 있다는 걸 살아내고 싶었다”며 “단지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경찰고발과 재판을 받고 수천만원 벌금과 징역형을 감내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체는 내실 있는 군 대체복무제를 위해 △군 복무와 관련이 없어야 하고 △병무청·국방부 아닌 타 기관이 관리 감독해야 하며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안 되고 △전역 후 예비군까지도 선택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폭넓게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대표는 “이번 결정은 평화의 시작점이다”며 “대체복무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수렴해 인권을 옹호하면서도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가능하도록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날 28일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제5조 1항(병역종류조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판단이다. 헌재는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권고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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