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 향상은 물론 국민 삶의 질 제고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연구 현장의 손발 격인 대학원생을 비롯한 젊은 연구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공대조차 지난해 후기 석사과정 지원자가 처음으로 정원에 미달하는 등 이공계 위기론이 여전하다. 중하위권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에 의존하며 겨우 숫자를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취업자에 비해 기본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일부 교수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방부가 지난 2016년 ‘병역자원 부족’을 이유로 2020년 이후 이공계 대학원생의 병역특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풀뿌리 연구현장의 동요가 극심했는데 올해 대통령 업무계획에서도 ‘감축 또는 폐지’ 입장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올 2학기에 94명의 1학년 재학생 중 전공으로 아무도 택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학에서 ‘원자력’을 연구하려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한 학생이 386명으로 역대 최다였는데 그중 공대가 1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에 복수 합격한 학생들이 공대를 포기하고 대거 의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대학원생의 경우 지원자들이 많아도 엄격한 입학사정을 하다보면 미달사태가 날 수도 있다”며 “의대로 우수인재가 몰리는 상황에서 공대에서도 취업이 잘되는 소위 ‘전화기(전기전자, 화공, 기계)’는 학생지원이 많은 편이지만 원자력이나 조선 해양쪽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5~2025 대학 전공계열별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공학계열은 2025년까지 전기전자·기계금속·건축토목도시·컴퓨터통신·화학공학 등 5개 전공의 인력이 계열별로 2만~7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정부도 프라임(PRIME·산업 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통해 이공계 증원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특히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학제 융복합 연구나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나 교육부의 리더십도 부족한 실정이다.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정부는 석·박사 학생 연구원에 대한 ‘학생 맞춤형 장려금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인건비 통합관리 주체를 산단·단과대·학과 등으로 전환하며 포닥(박사후과정)과 전임 연구원의 근로계약 의무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