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 경영권 분쟁 사실상 '마침표'] '옥중' 신동빈에 주주들 신뢰 굳건…한일 '원톱 체제' 굳혔다

日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 부결
악조건 불구 경영권 방어 성공
형 신동주와 표 대결서 5전 5승
경영능력·미래 비전 등 인정받아
지배구조 개선·사업 안정화 탄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다섯 번째 경영권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신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 주주들의 신뢰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한일 롯데그룹을 둘러싼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한일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 및 신동주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모두 부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주총이 끝난 뒤 “오늘 열린 주총에서 안건들이 행사된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처분하면서 일본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 해왔다. 지난 4월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의 해임안을 전격적으로 주총에 주주 제안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졌고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신 전 부회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한 광윤사(28.1%)가 1대 주주이며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이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일본 롯데 경영진이 신 회장의 측근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사와 임원 지주회는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종업원지주회의 입장은 주총 전까지 불분명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회유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이전까지 주총에 모두 참석했던 신 회장이 구속 상태로 이번에는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려는 더 컸다. 하지만 결과는 신 회장의 승리였다. 앞선 네 차례 주총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 주식을 개인자산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직원들을 설득했지만 실패했고 이번 주총에서도 역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일 롯데 대표자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것은 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신 전 부회장이 문제 제기한 신 회장의 도덕성보다 경영 능력과 그룹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를 더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 회장이 이끈 한국 롯데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급성장해 2016년 기준 매출 92조원의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신 전 부회장이 1980년대부터 30여년간 경영에 몸담은 일본 롯데는 해마다 4조~5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다섯 번째 표 대결에서도 신 회장에 대한 일본 경영진과 종업원·주주들의 신뢰가 굳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진의 도덕성에 민감한 일본에서 신 회장이 구속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면서 신 회장의 ‘원톱 체제’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보통 경영진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 사임 압박이 거세지고 실형을 받게 되면 경영진 스스로 사임하거나 해임되는 것이 관례”라며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도 지지를 받은 것을 보면 사실상 신 회장의 구속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안정화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내년 초까지 롯데그룹은 국내 금융 계열사를 롯데지주(004990)에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호텔롯데 및 일본 롯데홀딩스 상장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경영 면에서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이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중국 대체 시장 개척,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이 복귀하기 전까지 이전부터 한일 롯데가 구상했던 일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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