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모든 산업 현장에 일률적으로 탄력근로시간제를 확대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겠다”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어긋나는 주장이라 정부와 여당이 정책 보조를 못 맞추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29일 주 52시간 근로 시행을 이틀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탄력근로는 산업·기업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고 올 하반기 실태조사를 통해 해당 산업에 맞는 탄력근로제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확대 취지에 공감하고 시장 요구에 맞춰 여러 가지로 노력하겠다는 뜻”이라며 에둘러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현재 기업들의 탄력근로제 활용률이 3.4%에 불과한 만큼 단위 기간 확대보다 활용률 향상이 우선이라는 게 김 장관의 주장이다.
탄력근로제는 업무 강도가 높은 기간이 있으면 노사가 합의해 평균 주 40시간만 맞추고 2주나 3개월 단위로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게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6~12개월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이런 요구에 공감 의사를 보였지만 정작 주무부처 장관이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밖에 김 장관은 300인 이상 기업 3,627곳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를 이미 적용한 곳이 59%에 이른다는 고용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대한 국민 찬성률이 59%에 이르고 일자리도 13만~18만개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며 “국민의 여가 시간이 늘어난 만큼 문화·관광·레저 산업이 활발해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많다. 3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추가 인력을 확보하고 근로체계를 개편할 여력이 있다. 반면 국내 근로자의 80%가 소속된 50인 미만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 상황이 열악해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이 이들 기업의 생산성을 수직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고용부 최근 조사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 2,730곳 가운데 인력 채용의사를 밝힌 비율은 21.8%에 그쳐 김 장관이 기대하는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