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사립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사고 지원 학생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반면 일반고에 지원하려던 학생들은 다소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또 올해 바뀐 고입제도에 대한 설명회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다시 고입 방식이 바뀌게 되면서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부는 29일 헌재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헌재의 취지를 존중해 시도교육청과 함께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사고·일반고 중복 지원을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사고 입시 시기를 전기에서 후기로 옮겨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는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가 이 부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교육부는 “자사고·일반고 입시의 동시 실시는 현재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오는 12월 자사고와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 있다. 당초 계획으로는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이 자사고에서 탈락하면 일반고에 자동 배정을 받거나 정원 미달인 자사고에 다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고 자동 배정을 거부하고 미달 자사고에 계속 지원할 경우 자칫 ‘고입 재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뒤늦게 일반고로 방향을 돌려도 집에서 멀거나 인기가 낮은 학교로 배정받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이번 결정으로 자사고 지원 학생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사고 지원과 함께 인기 있는 일반고를 동시에 지원하면서 ‘보험’을 들어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를 포기하고 일반고 소신 지원을 결정했던 학생들은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자사고 지원생과 일반고 경쟁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자사고·일반고에 중복 합격한 학생 때문에 해당 일반고에만 지원한 학생이 탈락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교육당국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교육청은 9월을 전후해 새로운 입시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기모집 전형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입시 전형이 새로 나오는 셈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확한 방식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준비하라는 말이냐”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사고를 준비하다가 일반고로 방향을 바꾼 학생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더 커지게 되니 교육부와 교육청이 하루빨리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